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이크 Jul 04. 2023

대한민국은 상당히 좁다

국토 전체를 넓게 쓰자 얻게 된 자유로움

 나는 언제든지 시간이 될 때 사람을 만나고 싶거나, 부동산을 보고 싶거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거나, 여행을 떠나고 싶거나, 구경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대한민국 국토 가운데 어디든 간다. 대구에서 서울, 광주, 세종은 굉장히 먼 거리처럼 느껴졌는데, 미국 여행을 하면서 한국의 국토는 미국의 주 하나 정도의 크기도 되지 않음을 실감하고 한국 국토를 넓게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대구 사람이다. 대학교를 서울에서 나왔고, 대학교 친구들이 많아 서울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대구 지역으로 시험을 쳐 붙어 다시 대구로 돌아와 서울에 있는 친구들을 잘 보지 못했다. 비용적 부담과 시간적 부담도 컸고, 코로나19 사태로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에도 우려가 컸으며, 정보통신이 발달돼 있는데 굳이 얼굴을 봐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오래도록 친구들을 보지 못하다 보니 괜히 답답해지고 좀 우울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 얼굴을 보고 만나 여러 대화들을 하며 얻는 정신적 교류와 그로 인한 내적 성장이 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니 느끼는 답답함이 컸다.


 메러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상대방과 소통을 할 때 인간은 상대방의 몸짓이나 태도를 통한 시각 정보로 55%, 말투나 억양을 통한 청각 정보로 38%, 말한 내용을 통한 언어정보로 7%를 판단한다고 한다. 그런데 메시지로 하는 소통은 전체 판단 가능 요소의 7%만을 가지고 소통을 해야 하므로 그 한계가 분명하고 언어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간혹 카톡으로 얘기를 나누다가 상대방의 나의 진의를 왜곡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수용하지만 아무래도 카톡으로는 내 이야기를 먼저 꺼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대의 입장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안 듣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는데, 그럴 때는 상대방이 조금 기분이 상해하기도 했다. 그나마 통화를 하면 조금 더 낫긴 한데, 그 또한 시각 정보의 전달은 불가능하므로 정보 전달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작년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해서 시각 정보로도 소통을 해 보니 조금 더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고립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완화되었다. 친구들의 소식을 이미지로도 보고, 나의 소식을 이미지로 전달해 보니 몸이 옆에 있지 않더라도 연결되는 느낌을 얻었다. 그렇게 인스타그램으로 DM도 보내고, 인스타그램으로 본 소식을 토대로 카톡이나 전화도 해 보고 하면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아 심심함과 답답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은 중독성이 굉장히 강해 시간 소모가 컸고, 사진 및 영상정보를 작성하고 편집하고 만드는 게 꽤나 귀찮았다. 그래서 한 번씩 인스타그램을 삭제도 해 보았지만 또 그러면 답답함이 느껴져서 다시 설치하고 귀찮았다.


 그러다 작년 7월, 미국 여행을 떠났다. 3주간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서부 캐니언, 시카고,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 보스턴, 뉴욕을 여행했다. 미국에 가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교통비가 정말 비싸고 국토가 엄청 넓다는 것이었다. 서부 캐니언 투어를 1박 2일 가이드투어를 신청해 짚차를 타고 다녔는데, 캐니언 간 이동에도 4~6시간이 걸리고,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가이드님은 LA-라스베이거스 장거리 부부셨는데 두 도시 간 이동 시간만 6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면 미국에서는 먼 거리가 아니었다. 마트를 1시간 거리를 타고 가기도 하고, LA-뉴욕을 비행기로 출장 다니기도 했다. 시카고에서 위스콘신 시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였는데 같은 권역으로 보고 통근과 이동이 잦았다. 뉴욕과 보스턴 간 이동에 90달러를 내야 하고 4시간이나 이동을 해야 함에도 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 느낀 것이, 한국은 미국의 조금 큰 한 개 주보다 작으면서 내가 왜 이동을 망설였는지였다. 6시간 거리 장거리 부부도 하시는 나라를 와 보니, 한국은 정말 부담 없이 이동 가능한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교통비가 매우 저렴하고 고속철도가 잘 돼있어서 대구에서 서울을 1시간 40분대에 주파할 수 있으면 사실 같은 메갈로폴리스 안에 있는 도시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느꼈다. 가격도 여러 할인 혜택을 받으면 왕복 6만 원 정도에 이동이 가능한데, 미국의 밥 2끼 정도 가격에 불과했다. 그리고 문화생활이나 부동산 공부, 지리 공부 및 정신적 교류 등의 편익을 생각하면 도시 간 이동 시 드는 비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서울을 2주~1달 반에 한 번 정도는 꾸준히 가고, 부산, 세종, 제주 등의 도시도 주말을 활용해 가고 싶거나 만날 사람이 있거나 할 일이 있으면 부담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확실히 공간적 제약을 탈피하고 국토를 넓게 쓰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중독성이 심한 인스타그램 사용량을 줄여 오히려 편안하고 중독에서 해방되면서 답답함을 극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새로운 곳에 가면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한다. 도파민 자극이 너무 과하고 빈번하면 도파민 내성이 생기거나 중독이 되지만, 주기적으로 건전한 방식으로 도파민 자극을 받으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창의적인 사고가 활성화되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국토의 다양한 곳을 움직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은 건전한 방식으로 도파민을 추구하는 방법이 된다고 생각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미국 여행을 통해 한국 국토가 좁은 것을 깨닫고, 타지에 사는 사람을 보기 위해 또는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을 가고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내가 사는 도시를 떠나자 건강한 도파민 자극을 얻고 답답함을 극복하면서 SNS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사진 출처 : 구글 맵스

작가의 이전글 추나 요법으로 찾은 행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