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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크 Jul 04. 2023

높은 자존감도 문제가 있더라

자존감이 높을 때의 장단점

 자존감이 높더라도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알고,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가야 함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나는 타고날 때부터 자존감이 엄청 높았다. 나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나의 가치를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나는 세계 최고, 한 분야의 최강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고 살았다. 무엇인가에 도전하거나 시도를 했을 때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냥 나라면 해낼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그것이 쉬운 일이든 어려운 일이든, 내 상황이 어떻든 내 자원이 어떻든 일단 부딪히고 싸우고 노력해 보는 편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데도 끝까지 희망을 가지고 수능 준비를 해서 수능을 제일 잘 보고, 목표하는 시험에도 20살 대학 입학 때부터 준비해 단기간에 성과를 냈고, 각종 대회에서 상을 많이 타고, 자격증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당하게 마음을 표현해 보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다가가서 말을 거는 편이며,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면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가 보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10번이든 100번이든 생각하고 고민해서 부드럽게 말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반드시 말해내고 만다. 누군가가 말하는 자만심, 자존심, 우월감과는 결이 다르다. 타인과 나를 비교할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고, 우위에 서거나 우월해지고자 하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자존감의 원천은 세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째, 자존감을 나의 아버지에게 물려받고 배우게 된 것 같다. 아버지께서는 늘 자유, 패기, 도전, 당당함을 말씀하시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살아가라고 하신다.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끝까지 도전해보고, 안되면 안되는 대로 경험으로 삼고, 되면 좋은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대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너가 능력을 가지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성공할 수 있는 자원과 저력을 갖추어 내야 하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자기계발을 통해 자유롭게 하고자 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내라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 집의 가훈은 "작은 일에 정성을, 모든 일에 최선을, 결과에는 만족을" 이다. 정성을 다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 그러나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나에게 자존감을 주고, 그를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한 것에 대해 실패를 겪는다 해도 크게 상처받지는 않으며, 다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도전 가능한 것인지, 재도전이 어려운 것인지, 다른 형태로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인지, 포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전략을 재수립하곤 한다.


 둘째, 추나 요법으로 찾은 행복 (brunch.co.kr)에도 서술하였는데, 소화기관과 머리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보니 필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어릴 때 성적이 낮게 나오거나, 대회에서 떨어지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낮은 평가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소화가 잘 안 돼서 머리도 아프고 잠도 안오는 악순환이 계속되다보니 어떻게든 자존감을 높여서 외부 자극에 정신이 영향을받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셋째, 주요 교과과목 사교육을 안 받은 점도 영향이 있는 듯하다. 피아노, 바둑, 바이올린, 미술 등 여러 예체능 학원은 많이 다녔지만, 주요 교과과목의 사교육은 창의력을 저해하는 점도 있고, 암기식 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왜 그렇게 풀어요? 라고 워낙 질문해서 선생님들이 감당을 못했던 점도 있다. 자아가 형성되는 유소년기 학원에서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아서 성적을 받아 서열화되고 비교되는 삶은 자존감을 어쩔 수 없이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자존감이 높은 것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나 자체로서 그냥 행복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누군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편이고, 누군가의 평가에 둔감하며, 사회가 정한 틀에서 내가 점수가 한 번 낮게 나오거나 시험에 떨어지거나 수상에 실패하거나 해도 세상이 나의 가치를 아직 몰라주는 것이고, 세상의 잣대가 평가할 수 있는 내 모습보다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게 나라고 생각해 타격이 크지 않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찾고 그것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을 순수하게 좋아하고 정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채우고자 하는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으며, 이익 관계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내가 봤을 때 정말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고 영혼이 맑고 따뜻해 함께 성장해 사회를 밝혀 나가고 싶은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거의 나의 성공과도 비슷한 수준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나의 정과 마음을 내어주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바라거나 재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준 만큼 받지 않아도 그것으로 상처를 입지는 않는다.


 셋째,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외부의 변화에 둔감할 수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거나 시련이 발생하거나,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해결하고 풀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


 넷째, 저절로 자기암시, 확언이 가능하다. 내가 잘되는 것이 저절로 상상이 되고 그렇게 된다고 철썩같이 믿기 때문에 그것이 나의 성공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크게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잘 되는 나의 미래를 상상하고 성공하는 것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보통 자존감이 높은 것은 장점만 있다고 생각하지만 단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사회적 평가에 신경을 적게 쓰고 나를 세상에 입증하는데 관심이 적다보니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상대방의 외모 평가, 언어 사용 평가, 표현 방식에 대한 평가, 능력에 대한 평가 등에 둔감하고 관심이 없고, 나 스스로 나의 만족을 위해 살아가다 보니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물질적 가치의 향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드로우 앤드류 님의 강연을 보고 느낀 것이, 드로우 앤드류 님은 원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어떻게 하면 이 시장이, 이 사회가,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고 나를 예뻐해 주고 나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들어주고 나의 제품과 영상을 소비해 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것을 실천한 것을 보면서, 나는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성취하고자 하는 시험이나 영역이 정말 나와 맞고 내가 빠르게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적고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라고 해서 도전하다보니 성취에 꽤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고, 대회나 공모전에 나갈 때도 대회나 공모전이 원하는 것을 써내기보다는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서 평가가 극과 극이다. 1등으로 입상하거나 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사람이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그 사람의 취향이나 호감도, 선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단지 내가 좋기 때문에 다가가는 편이라 이 또한 평가가 극과 극이다. 나를 정말 좋아해 주거나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둘째, 사회적 평가를 어쩔 수 없이 받게 될 때, 내가 생각하는 나에 대한 사랑만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면 그 괴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자기객관화가 부족한 것이다. 가령 나는 준비하는 시험을 두 번째 봤을 때 합격할 줄 알았는데 꽤 낮은 점수로 떨어졌으며, 마지막 합격 해에도 엄청 높은 점수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적당한 점수로 합격했다. 이 정도면 무조건 입상 각이다고 낸 공모전에서도 몇 번 떨어져보고, 이 사람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다가갔다가 쌍방이 아님을 깨달을 때도 있었다. 내가 나를 너무 사랑하다 보니,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지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가 너무 어렵다.


 셋째,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특히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에게는, 언제나 확신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그것을 티내고 싶지 않아도 티가 팍팍 나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재수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늘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 쟤는 뭘 믿고 저러지 하는 생각도 많이 들 수 있다. 너무도 확신에 찬 듯한 태도는 누군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글을 쓸 때도 자신감이 너무 강하다보니 다소 공격적인 문체가 될 때도 많아 그것을 다시금 인식하고 첨삭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단점들을 알게 되고 나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가치를 공부하기 위해 책이나 영상을 많이 보고, 그것들을 표현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요소나 감각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공부하고 그것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최근에는 퍼스널 컬러도 받아보고, 다이어트도 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십거리나 이야기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보면서 대화에 활용하고, 공감능력과 배려라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감성적인 부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 자격증이나 수상경력 등 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드러내고 보여주고자 한다. 단순히 머릿속에만 많은 아이디어들과 깊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브런치에 나의 깊은 생각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도 시작해 여행 사진이나 아이디어 카드 뉴스 등을 올리며 나의 스펙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둘째, 한 번씩 사회적인 평가를 믿을 만한 주변 사람이나 사회로부터 억지로라도 끄집어내어 들으려고 한다. 사실 단점을 얘기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정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객관적으로 해주는 충고는 깊이 있게 새기고 고칠 만하다. 나는 상대방의 정서나 감정을 잘 고려하지 않고 행동하는 편인데, 그에 대한 충고를 듣고 상대방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해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심리학적인 공부도 해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에도 글을 쓰고 작가 신청을 해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자 한다.


 셋째, 사람을 봐가며 나의 자신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어렵고 힘들고 자괴감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는 굳이 나의 자신감을 드러내지 않고, 조금은 겸손하고 나를 낮추는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고자 한다. 내 견해와 생각을 꼭 표출하지 않아도 된다면 다소 톤을 낮추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나는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그 자체로 행복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으나, 자기객관화가 부족한 면이 있고, 사회적 가치 향상에 둔감한 편이고, 잘난 척하는 사람으로 보이다 보니,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주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겸손을 한 스푼 장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림 출처 : https://ppss.kr/archives/14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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