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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트라맨 Apr 15. 2024

계영 씨 나 할 말 있어

Dear. 계영 씨


 안녕! 계영 씨, 음. 어때 그곳은?

괜찮아? 밥은? 이곳처럼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에 교통이 마비돼서 머리 뚜껑이 열릴 정도로 답답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영 씨.

문득, 지난 시절이 생각났어.

 뒤볼아 보면 말야, 계영 씨가 참 가엽고 비통해서 마음이 너무 아파.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에 모진세상 속에 견딜 수 없는 시련들을 겪었던 당신의 모습을 마주하면 나는 말야. 매일 무너져.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았을까. 얼마나 가지고 싶은 게 많았을까? 그 흔한 화장품마저 가지지 못한 그 시절의 당신의 모습이 다 큰 나의 마음에 매질을 해.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내가 경제력을 가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더라면.

 근데 말야 계영 씨, 나도 참 그 나이에 맞게 최선을 다했어. 생떼 부리고 짜증 내고. 없는 살림 욕하며 화딱지를 낸 거 말야. 핏덩이가 뭘 알겠어? 사랑만 받고 오냐오냐하고 자란 어린이가 뭘 알았겠어.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곁에 있는 당신에게 투정 부리고 성질내는 거밖에.

 지금도 생각해. 나는 계영 씨를 만나서 참 다행이라고. 볼 수 없지만, 해줄 수 없지만 내게 위대하고 큰 자긍심을 준 당신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감사해.

에휴, 서론이 참 길었다 그치?




 계영 씨, 어제는 말이야. 내가 아끼는 형님과 100km를 달렸어. 형님과 함께 서로 울트라마라톤을.

그 왜 있잖아, 애환이 담긴 거.

 참 힘들었다? 근데 또 내가 “울트라맨”이라고 같이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만들어놔서 어쩔 수 없이 달렸어. 실력도 안되고 마음도 쫌생이인 내가. 근데 하나 다짐했어. 당신께 받은 긍지가 있어서 꼭, 다리가 부서지더라도, 못 걷더라도 반드시 형님과 함께 완주해서 우리만의 인생 이야기를 쓰자고. 그랬더니 다리가 안 아픈 거야, 정말 신기하지?

 그리고 막 더 큰 용기가 생겨서 평소에는 못 하던 형님 손도 꼬옥 잡고 용기를 주고 마치, 마음 씀씀이가 큰 사람처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게 변하지 뭐야? 정말 신기한 일이었어. 계영 씨.

 강인한 마음을 갖게 해 주어서 한편으론 감사했어.

그리고 내가 당신께 받은 사랑과 관심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잊지 못할 거대한 순간이었어. 그래서 이렇게 또 글로 남기나 봐.




 뭐 꼭 그런 건 아닌데, 여러 가지 이유로 계영 씨에게 100편의 편지를 써 보기로 했어. 왜 그동안 내가 참 무심했잖아. 멀리 있어서 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상상력이 좋은 내가, 글은 후대에도 전달이 될 거라고 믿기 때문에, 언젠가는. 언젠가는 계영 씨가 읽을 수 있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해서 남겨보기로 해.

시답잖은 일기고, 수다지만. 우리 이런 이야기조차 하지 못했잖아?

그러니까, 100편의 편지를 쓰는 동안엔 온전히 계영 씨에게 그간 있었던 이야기와 삶에 대해서 전달할래. 삶은 좋은 거라고, 눈물이 그득하고 애잔하고 고통이 넘치는 게 그게 바로 삶이고 그 순간조차 아름다운 거라고 말할래.

 참 매번 어리석게 없을 때마다 이야기하지만, 사랑해. 그리고 많이 보고 싶다. 계영 씨!

 이제 우리 자주 만나자. 나 이렇게 반말해도 되는 나이가 되었잖수?

이 말을 실제로 한 번은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또 만나요! 누구보다 제일 존경하고 사랑했던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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