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누군가에게 감정으로 호소하고 펑펑 울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꼬맹이가 그랬고, 청소년도 그랬다. 청년이 되어서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살면 불편한 사람으로 취급당했다. 그 모른척 하던 마음들이 맺히고 맺혀서 큰 흉터로 남았다. 가끔은 그냥 사라져버려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참, 삶은 퍽퍽하고 마치 모래를 씹는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삶에 대한 이상과 자신에 대한 연민 그런 것들이 이 척박한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하는 부분들 중 하나였다. 억울하니까, 더 살아봐야지. 악착같이 살아내서 그 좋은 게 뭔지 한번 느껴봐야지. 하지만 점점 새상은 더 어려운 부분을 준비해오라고, 공부해오라고 밀쳐낸다. 싫어.. 맺혀있던 마음들이 더 이상 맺히지 못하고 터지기 시작한다. 사라지고 싶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벌써 17년이 되어간다. 17년 동안 납골당에 간 홧수는 5번 남짓이다. 누가보면 나쁜새끼, 불효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차마 갈 수가, 볼 수가 없었다. 악착같이 살아내서, 잘 살게 되서 찾아가고 싶었는데, 현실은 매번 시궁창인데. 처음에는 가기가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안 가고 싶다. 한번은 가서 주체하지 못 할 눈물을 쏟을 뻔한 적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고 아직 못 한 말들도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려는 것을 겨우겨우 틀어 막았다. 그곳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 나 보다 어린 사람,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자식. 각자 저마다의 깊은 사연과 말로는 다 하지 못한 감정들이 차곡차곡 담겨있다. 그래서 사연있는 누군가는 그곳에 가서 그 맺혀있던 부분들을 잘 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주르륵 쏟아낼 거라고. 와르르 무너질 거라고.
그럼에도 악착같이 살아야겠지, 다행이다. 적어도 글을 쓸수있고, 달릴 수 있고, 저무는 아름다운 노을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욕심내지 않고 맺혀질 만큼만 맺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