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규제가 풀리고 공급과 수요가 많아지니 사교육은 팽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시기 한국의 GDP는 크게 늘었다. 소득에서 필수 생활하는데 쓰는 비용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이 급격히 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80년 1704달러에서 90년 6516달러로 4배로 성장했다. 반면 이 시기 한 가정의 자녀들은 1~2명인 경우가 많았다. 10년 사이 네 배나 잘 살게 됐는데 아이들 숫자는 줄었다. 그 만큼 한 명의 아이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돈은 고스란히 사교육으로 흘러갔다. <SKY캐슬 같은 엘리트 마마보이② 참고>
이처럼 사교육의 팽창은 엘리트 마마보이를 키우는 필요충분조건이 됐다. 그렇다면 사교육을 많이 받는 것과 마마보이가 되는 것은 무슨 관계냐고? 30년 동안 사교육업계에 종사했던 D씨의 말을 들어보자.
“학원이든 과외든 기본적인 구조는 똑같아요.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그렇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돈을 쓰지 않을 테니까요. 결과물을 가장 빨리 내는 법은 ‘족집게’입니다.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를 콕 집어주고, 그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풀이를 반복시키는 거죠. 여기서 함정이 존재합니다. 한번 사교육에 맛들인 학생은 혼자서 학습하는 방법을 잃게 됩니다. ‘자기주도학습’이 어렵게 되는 거죠.”
사교육이 당장의 학업 성과를 내는 데는 큰 효과가 있지만 비판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중·고등학교 때까지 각종 세계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훌륭한 성취를 보이는 한국의 아이들이 대학생만 되면 학업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궁리하고 탐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다보니 어릴 적부터 이런 생활을 해온 서구 청년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쉽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치 사교육은 스타크래프트에서 ‘치트 키’를 쓰는 것과 같다. ‘Show me the money'(게임에서 자원을 무한대로 늘려주는 명령어)를 치면 미네랄 걱정 없이 무한대로 유닛을 찍어낼 수 있다. 그 게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치트 키를 많이 쓰면 실력은 절대 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상대의 허점을 찌를 수 있는 유닛을 만들어 낼 것인지 하는 탐구의 과정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대학 동창 중 한 명인 E는 서울 강남의 토박이다. 초중고를 모두 강남에서 나왔고, 지금도 강남에 계신 부모님 근처의 아파트에서 산다. 그 역시 90년대 중반 수능 시험을 한 달 앞두고 1000만원짜리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고 한다. 다행히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는 마마보이로 성장하진 않았지만 주변의 강남 친구들 중엔 SKY캐슬의 강준상 같은 캐릭터가 많다고 했다. 40대 중년의 나이가 됐어도 여전히 부모님의 그늘에 있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이 마마보이로 사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사회 온갖 조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위험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짜준 플랜대로 좋은 교육을 받고 명문대에 진학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까지 얻었다. 그 안에서도 모나지 않고 우수한 평가를 받아 높은 자리에 올랐다.
마마보이가 부하직원일 때는 큰 문제가 없다. 위에서 시키는 일만큼은 깔끔하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스펙도 좋고 똑똑하기 때문에 실무자로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무언가를 결정내리고 책임져야 할 자리에 올랐을 때다. 사교육이 몸에 밴 사람은 도전과 그에 따른 실패의 경험이 적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려 하는 것이 사교육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조직은 얼마 가지 않아 망할 수밖에 없다.
<SKY캐슬 같은 엘리트 마마보이④>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