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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 Engels Feb 13. 2019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②

'너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둘째 날 업무보고를 하라더군요. 그래서 그 동안 해왔던 일들을 깔끔하게 파워포인트로 정리해서 말씀드렸죠. 그리고 멋진 PT 솜씨로 맛깔 나는 브리핑도 마쳤습니다. 그 중에는 전임 상사의 지시로 6개월 동안 큰 공을 들여온 A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A는 향후 우리 팀의 명운이 달린 것이었기에 그 부분을 가장 강조해서 보고했죠. 그런데 그 좀비 상사의 반응은 정말 ‘띠옹’이었습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이들은 많을 것이다. 전임자의 것을 부정해야 자신의 권위가 서는 것처럼 생각하는 상사 말이다. 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정도만 더욱 심했을 뿐. “좀비 상사는 A프로젝트는 회사 내에서 평가가 좋지 않고 사업성도 없으니 일을 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공들여 온 일을 갑자기 하지 말라니 너무 당황스러웠죠. 무엇보다 전임 상사가 있을 때는 이 프로젝트에 회사 대표의 생각이 녹아 있는 것이라며 파이팅 넘치게 일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갑자기 회사 방침이 바뀐 것인지, 조직 내에서 A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공손하게 여쭸습니다. 그랬더니 자세한 건 객관적인 평가를 해봐야겠지만 ‘인상평’이 안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들은 이야기의 대부분은 안 좋은 소리였다’며 말 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였죠. 그러면서 ‘정 하고 싶으면 휴일에 나와 하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을 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종업원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작됐다. 지인이 다녔던 회사도 적용 대상이다. 좀비 상사의 말대로 했더라면 지인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근무했어야 한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이어지는 지인의 다음 이야기였다. 

[사진 픽사베이]

  “하루는 조직원들을 불러 놓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는 사람을 가리면서 일한다고요. 조직에는 일을 잘 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이 있는데 본인은 억지로 무능한 사람을 끌고 가지 않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능력 있는 소수의 사람을 키운다고 강조했죠. 그러면서 ‘승진도 하고 싶고 회사에서 잘 나가고 싶으면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몇 번 반기(?)를 들었던 저에게는 ‘계속 그렇게 아웃사이더의 길을 가고 싶으냐’, ‘나이가 몇인데 그렇게 사회생활을 못해서 어떻게 하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죠.”


  사실 좀비 상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회사든, 학교든 어느 조직에나 잘 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고. 파레토의 법칙을 변용해 ‘20%가 업무의 80%를 책임진다’는 말도 있다. 또 어느 정도 ‘싸바싸바’를 할 줄 알아야 승진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보통의 상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또 자기 뒤로 줄 서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기도 힘들다.


  “결국 새로운 상사의 말대로 저희 팀은 업무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전에 해왔던 일들은 모두 접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됐죠. 다른 팀과 콜라보로 해왔던 모든 일도 접었고, 오직 좀비 상사의 지시대로 움직였습니다. 팀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좀비 상사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못하게 했습니다. 몇 번씩 까이다 보니 결국엔 상사가 시키는 것만 했죠. 1년 가까이 지나고 보니 우리 사무실엔 좀비들만 남았습니다.”


  좀비가 무서운 것은 대처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전염력 때문이다. 조직에 한 명의 좀비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좀비가 될 확률이 크다. 만약 상사가 좀비라면, 몇 달 후 구성원 대부분은 좀비로 변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 직원이 좀비인 것보다 좀비 상사가 더욱 무서운 이유다. 좀비는 어떻게 다른 구성원을 망치고, 나아가선 회사까지 존폐 위기로 치닫게 할까. 다시 지인의 좀비 상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③>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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