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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 Engels Feb 14. 2019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③

'너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영화 ‘월드워 Z(2013)'의 압권은 이스라엘 장벽 신이다. 주인공들은 예루살렘의 거대한 장벽 안으로 좀비들이 못 들어오도록 생존자들을 대피시켰다. 워낙 장벽이 높다보니 좀비들의 유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웬 걸. 좀비들이 마치 개미떼처럼 변해 서로 탑을 쌓아 장벽을 뛰어넘으려는 게 아닌가. 안도감을 느끼던 생존자들의 밝은 표정 뒤에, 조만간 장벽을 넘어서려는 좀비 떼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좀비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사진 영화 '월드워 Z' 캡처]

  좀비가 무서운 것은 대처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전염력 때문이다. 조직에 한 명의 좀비가 있으면 다른 사람도 좀비가 될 확률이 크다. 만약 상사가 좀비라면, 몇 달 후 구성원 대부분은 좀비로 변한다고 보면 된다. 일반 직원이 좀비인 것보다 좀비 상사가 더욱 무서운 이유다. 좀비는 어떻게 다른 구성원을 망치고, 나아가선 회사까지 존폐 위기로 치닫게 할까. 다시 지인의 좀비 상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열심히 일하던 ‘인싸’를 졸지에 아웃사이더로 만들어 버리고, 모든 의욕을 꺾어 버린 뒤에 좀비 상사는 어떻게 됐냐고요. 신기하게도 그 상사는 연말에 진급했습니다. 모두 의아했거든요. 성격만 이상한 게 아니라 저희가 보기엔 일도 못했어요. 기본적인 업무 이해도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시장 동향에도 어두웠습니다. 그런데 승진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죠.”


  회사 내의 좀비는 크게 두 부류다. 먼저 말 그대로 ‘Living Dead', 즉 살아있는 시체가 있다. 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남다른 아이디어를 제시하지도, 새로운 업무에 흥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에게 유일한 목표는 ‘현상유지’다. 

[사진 픽사베이]

  두 번째는 지인이 겪었던 것과 같은 좀비 상사다. 자아실현이나 공감, 소통 같은 것엔 전혀 관심 없다. 오직 출세하고자 하는 욕망만 있을 뿐이다. 조직의 구성원은 이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후배를 향한 배려, 동기들 간의 우정 따위는 필요 없다. 오직 물어뜯을만한 살아 있는 몸뚱아리가 필요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본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따뜻한 인간성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좀비처럼 오직 욕망에 의해서 움직인다. 그렇다 보니 동료나 부하직원이 봤을 때 성격이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소통을 한다고 하는데,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듣더라도 딴 생각을 하는 게 눈에 다 보이기 때문에 이런 사람 앞에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자괴감이 들 때가 많다. 


  그렇다면 무엇이 뛰어난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욕망과 동물적인 본능에 따른 행동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조직 내에서 누구누구의 오른팔인 경우가 많다. 

[사진 픽사베이]

  왜냐하면, 업무능력으로는 조직에서 인정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늘 누군가의 줄을 잡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 줄이 동아줄이다 싶으면 그것만 붙잡고 늘어진다. 겉보기에는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오른팔로서 제 몸통의 배만 불리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하 직원들 앞에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맹수라도 윗사람 앞에선 순한 양이 된다.


  “좀비 상사가 어떻게 진급을 했는지 알아보니, 임원 중에 그의 뒷배가 있더군요. 들리는 말로는 회사를 위해 그 만큼 헌신을 했으니 승진을 시켜줘야 한다고 했답니다. 물론 그 헌신이 회사 전체를 위한 건지, 자기 자신과 그가 모시는 임원을 위한 것인지는 헷갈렸지만 말이죠.”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④>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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