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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 Engels Feb 15. 2019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④

'너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좀비 상사가 어떻게 진급을 했는지 알아보니, 임원 중에 그의 뒷배가 있더군요. 들리는 말로는 회사를 위해 그 만큼 헌신을 했으니 승진을 시켜줘야 한다고 했답니다. 물론 그 헌신이 회사 전체를 위한 건지, 자기 자신과 그가 모시는 임원을 위한 것인지는 헷갈렸지만 말이죠.”

조고의 초상화. [사진 한국인문고전연구소]

  역사 속에도 정말 많은 좀비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진(秦)나라의 승상 조고(趙高)다. 원래 환관이었던 그는 시황제가 죽자 어리석은 왕자 호해를 황제로 옹립했다. 호해를 온갖 감언이설로 꾀어 실제로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다. 나라를 위한다면서 제 욕망만 키웠다. 이후엔 시황제를 도와 전국을 통일한 이사(李斯)와 같은 공신들을 주이고 스스로 승상에 올랐다.


  그 유명한 ‘指鹿爲馬(지록위마)’의 고사가 이 때 나왔다. 어느 날 조고가 사슴을 어전에 가져다 놓고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이것은 정말 좋은 말입니다. 폐하에게 바칩니다.” 그러자 황제가 “승상이 틀렸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니요”라고 했다. 조고가 계속 우기자 황제가 중신들에게 물었다. 조용히 눈치를 살피더니 여기저기서 ‘말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조고의 이 같은 폭정이 계속되자 전국 각지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얼마 후 유방의 군대가 도성인 함양을 무너뜨렸고 진나라는 멸망했다.


  한 명의 좀비 상사는 그가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 전체를 좀비로 만든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내쫓고, 본인보다 능력 있는 사람은 시기와 질투로 묻어버리기 때문이다. 마치 조고가 황실의 신하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사진 픽사베이]

  물론 어느 조직이나 좀비 상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보통은 규모가 크고 안정적인 조직일수록 좀비 상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처럼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의사결정 과정이 수평적이고 투명한 조직에선 좀비가 서식할 확률이 낮다.


  그렇다면 좀비 상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아마도 그 역시 처음부터 좀비는 아니었을 것이다. 신입사원 때는 열정과 신선함이 가득한 ‘샤방샤방’한 직원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기, 선·후배 간에 우열이 정해진다고 착각한다. 동기 중 제일 먼저 승진한 친구, 자신보다 뛰어난 후배를 보며 열등감을 갖는다. 이 때 호방한 사람이라면 있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고 더 큰 노력을 기울이거나, 아예 쿨하게 인정하고 제 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


  문제는 시기와 질투의 유령이 희뿌연 연기처럼 스멀스멀 가슴에서 척추를 타고 뇌로 올라오는 사람이다. 승진과 성공의 욕망은 강한데 능력이 없다. 제 분수에 맞게 살면 되는데, 자신의 역량과 노력 이상으로 성취를 하고 싶다. 능력이 없는데 조직에서 인정을 받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다른 누군가의 성취를 빼앗거나,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샤바샤바’에 골몰하는 길이다.

[사진 픽사베이]

  좀비가 될 사람은 이 때부터 윗사람에게 과도한 아부를 시작한다. 능력과 자존심 따위는 없다. 그는 이미 살아도 죽은 것 같은 ‘Living Dead'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통의 사람들은 의문을 갖는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손이 발이 되도록 아부를 할 수 있지’ 하고 말이다. 그러나 좀비에게 아부는 이미 생명을 이어가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그 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주체적 의사결정은 버린 채 오직 윗사람에게 빙의돼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이 조직 내에서 일정한 힘과 권력을 갖추는 순간 그 동안 숨겨 왔던 썩은 이빨을 드러낸다. 누구누구의 오른팔이 된 그는 구린내 나는 더러운 주먹을 휘두르며 부하직원들을 코너로 몬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와 성과물을 빼앗아가거나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어 보이는 직원들은 무참히 깎아내려 자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만든다. 윗사람에겐 아부가 통하지만, 아랫사람에겐 그를 끌어내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윗사람에겐 다시 조직원들의 성과를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해 또 다시 아부한다. 특히 자기와 같은 항렬의 다른 팀장, 또는 부장 등을 은근히 ‘돌려까고’ 전임자의 성과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왜곡해 보고한다.


  아랫사람에겐 말도 안 되는 ‘지적질’과 자신이 조직 실세의 측근인 것을 자랑하며 으스댄다. 특히 ‘지적질’은 아랫사람을 자신과 똑같은 좀비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꼬투리 잡아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나중에는 자신감과 열정까지 빼앗아 버린다. 말도 안 되는 ‘지적질’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은 결국 좀비 상사처럼 살아있는 시체로 변하고 만다. 그렇게 조직 전체는 공동묘지로 바뀌어 간다.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⑤>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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