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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젤스 Engels Feb 16. 2019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⑤ 완결

'너인마' 너 어떤 인간까지 마안나 봤니?

엔젤스(Engels)   

  


아랫사람에겐 말도 안 되는 ‘지적질’과 자신이 조직 실세의 측근인 것을 자랑하며 으스댄다. 특히 ‘지적질’은 아랫사람을 자신과 똑같은 좀비로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꼬투리 잡아 구성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나중에는 자신감과 열정까지 빼앗아 버린다. 말도 안 되는 ‘지적질’에 길들여진 구성원들은 결국 좀비 상사처럼 살아있는 시체로 변하고 만다. 그렇게 조직 전체는 공동묘지로 바뀌어 간다.

[사진 픽사베이]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좀비화의 구체적인 과정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체적인 메카니즘을 알아야 좀비로부터 나 자신과 조직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두 가지를 고민한다. 첫째 어떻게 하면 나의 업무 성과를 높여 조직에서 인정받을 것인가. 둘째 적절한 ‘워라밸’ 유지로 여가와 업무의 황금 조화를 이루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러나 좀비 상사는 이 두 가지 고민이 없다. 이미 본인 스스로도 업무 역량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의 관심사는 온통 물어뜯는 것뿐이다. 다른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야 그나마 먼저 좀비가 된 자신이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에 머릿속엔 오직 타인을 끌어내릴 생각뿐이다.


  좀비 상사의 또 다른 특징은 놀라울 만큼 회사에 헌신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적어도 윗사람이 보기에 그는 휴일에까지 회사에 나와 열심히 일하는 충성도 높은 직원이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집에서 내놨다’는 농담을 자랑처럼 한다. 그러나 좀비 상사의 멘트 중 유일하게 ‘집에서 내놨다’는 표현은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 밖에서 나는 썩은 내가 집에서 안날 리 없기 때문이다.

[사진 픽사베이]

  결국 좀비 상사의 유일한 목표는 자신이 속한 조직의 모든 구성원을 좀비로 만드는 일이다. 좀비가 많아질수록 자신의 권력은 더욱 세진다. 또 유능한 부하 직원들이 좀비로 변할수록 상대적으로 자신의 역량 또한 높아지는 것처럼 착각한다. 그 중에는 또 자신과 같은 성향의 좀비 숙주도 있다. 그러면 좀비 상사는 이제 남의 오른팔 역할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오른팔도 키울 수 있다.


  결국 좀비 상사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똑같은 좀비가 되거나, 그게 아니면 조직을 떠나게 된다. 이렇게 한 사람의 좀비는 2명의 좀비를, 이는 다시 4명의 좀비로, 그 다음엔 8명의 좀비로 확산된다. 제 아무리 탄탄하고 잘 나가던 회사였다 해도 좀비가 장악한 조직은 오래 가지 못한다. 영화 ‘부산행’의 KTX 열차가 한 명의 좀비 때문에 모두 좀비로 변하고 탈선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좀비 상사가 출현하는 것을 막고, 설령 좀비 상사가 있다 하더라도 구성원 전체의 좀비화를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본질적인 방법은 투명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내가 아는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사업 시작 2년 만에 시리즈A 투자에서 200억 원대의 거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하루가 달리 성장했고 좀비가 될 만한 직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이 회사의 특징은 사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오픈 마인드’로 토론한다는 점이다. 신규 사업 아이디어부터 불합리한 조직의 관행까지 누구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다만 한 가지 룰이 있다. 누구나 n분의 1로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지만, 의사결정 권한은 대표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즉, 모든 구성원이 편하게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정 권한은 팀장과 임원, 대표에게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권한을 가진 사람들은 그에 합당한 책임의 무게를 진다. ‘왕이 되려는 자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처럼 의사결정권자가 자신이 추진한 일과 언행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에 대해선 다음 회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임)


  투명하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권한만큼 책임지는 위계구조가 마련된 조직이라면 좀비가 출몰하기 힘들다. 설령 옆 동네서 놀러온 사람이 좀비였다 해도 조직 내 자정작용을 통해 좀비의 싹을 쉽게 자를 수 있다.

 

  결국 좀비를 막기 위해선 리더가 깨어 있어야 한다.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은 구성원들이지만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자기가 속한 크고 작은 공동체의 리더다. 혹시 내가 좀비를 키우는 리더는 아닐지, 또는 내가 좀비의 숙주로 이용되는 건 아닐지 끊임없이 경계하고 살펴야 한다.


<내 직장 상관은 ‘좀비 상사’①~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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