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홍 Jun 16. 2024

나만의 명품백을 만드는 여자

- 1일1드로잉100 (15)


더운 여름,

선글라스에 흰 장갑을 끼고

양산까지 든 할머니들이 괴기스럽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도 그러고 다니더라.

나이 들면 호환마마보다 자외선이 더 무서워.

느는 건 주름과 주근깨뿐.

피부가 탱탱 할 땐 그마저도 예뻐 보이지만 이젠 할머니들을 이해하게 돼. 장갑만 안 꼈지 여름엔 중무장.


에어컨 세면 몸이 아프단 말도 이해하게 됐어. 겉옷도 하나 챙겨.

땀나니까 닦을 손수건, 휴지, 손풍기 넣고,

장시간 외출 시 덧바를 자외선 차단제 필수이고.


이게 기본,  진짜 중요한 물티슈, 핸드폰, 지갑 등등이 추가되기 시작하지.

아이고, 그러니 손바닥만 한 예쁜 핸드백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냐고, 장난하나?

재작년, 작년초반 까지도 미니백 열풍 속에 힘들었지만 툭하면 어깨가 뭉치니  빅백도 힘들어.


어쩌라고? 내가 원하는 사이즈, 내가 만들면 되지!

뜨개 가방 우스워보여도 돈 주고 사려면 5~10만 원은 줘야 해.


진짜 핸드메이드, 장인 (장인=나)이 한 땀 한 땀 만든 가방이라고.


툭하면 바늘코 잘못 엮고, 실 풀다 꼬이고, 머리 쥐 나고...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엉덩이 땀띠 나게 뜨다 보면 어느새 완성!

글 쓰는 과정과 비슷해 더 취향저격이야.


오래 뜨고 나면 손가락부터 팔꿈치까지 잘못됐나 싶을 통증이 며칠이나 가지만 완성품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돈만 주면 핸드메이드 같은 공산품을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내 손으로 실용품을, 그것도 고가의 명품백과 대적하는 가치를 생산한 것 같아 뿌듯해.

자본주의의 노예에서 잠시 해방된 기분도 들고.


지갑, 가구를 만들던지 그림을 그리던지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이 비는 몰입의 순간이 와.

자주 경험해 보길 추천할게.


사람이 착해져. 응, 진짜야.




매거진의 이전글 욕심 없는데 아름다운 집, 최순우옛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