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씨에 미쳤나 봐,
가는 내내 생각했다.
서울에 바다만 있다면 동남아에 갈 필요가 없을 만큼 축축하고 후끈한 여름날씨.
여름을 싫어했은데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피할 수 없게 된 마당,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전략을 쓰기로 했다.
몇 십 년 만의 최강더위라는 올해,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돌아다녔다.
여행도 가고, 밤에는 뛰고, 전시회, 서점도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랬더니 정말 예전보다 더위를 즐기게 되었다.
자외선에 노출돼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것 같지만 아, 몰라, 우울해지는 것보다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찐득한 더위에 홍대까지 가서 노트, 마스킹테이프를 사는 게 맞나, 고민했다.
기록덕후이다 보니 써본 물건이 많아져 안목이 높아지고, 원하는 게 생기고, 그걸 사려면 특정한 곳까지 가야 했다.
인터넷쇼핑도 하지만 웬만하면 직접 가서 만져보고 선택하는 게 즐겁다.
이것도 덕질이라면 덕질.
큰돈 들이지 않고 행복해지는 순간.
펄펄 끓는 대형 설렁탕 냄비 옆에서 걷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호미화방', 마스킹테이프 전문점 '롤드페인트'를 갔고, 결국 행복해졌다.
처음 가본 '롤드페인트'는 어딜 가도 마음에 드는 마테가 없었던 내게 아름다운 선물 같은 곳이었는데.
요즘 읽고 있는 '빵과 시'라는 책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좋은 덕질은 좋은 것을 많이 배우게 한다.
꼭 배우지 않더라도 좋은 마음에 대한 스위치를 순간순간 켜게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더 자주 스위치를 켜며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