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 때는 가야 할 결혼식이 참 많았습니다. 40대에 들어서면 이젠 결혼식보다 장례식입니다.
지인의 부모님들 부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가뭄에 콩 나듯 자식들 결혼소식이 들려올 때죠.
결혼식장에서 장례식장을 오가다 인생이 끝나는 느낌입니다.
연락 없던 동창이 갑자기 전화와선 '나 결혼해'하면 부담스럽습니다.
가야 되나 마나, 축의금은 얼마 해야 하나... 요즘 밥값이 올라 축의금도 올랐죠. 자잘한 고민들이 앞서니 순수하게 축하해 주기도 어려워요.
장례식도 마찬가지, 엄마의 장례식 때 먼 지방까지 시댁식구들이 달려와줬습니다.
이후 남동생이 묻더라고요, 제 시부모님 장례식 때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미래일을 왜 벌써 고민해, 회사 다니는 사람이 먼 곳까지 어떻게 오냐, 안 와도 상관없지!라고 했어요. 월차까지 내고 올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동생입장에선 어떻게 그러냐며 생각 없는 누나하고 얘기 못하겠단 투였죠.
갈 상황이 되니까 온 거고, 안 되는 사람은 조의금만 내도 감사한 거지, 주고받기식으로 꼭 해야 하나,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이 짧은 걸까요?
어른들을 보면 결혼식, 장례식 장부를 만들어 얼마 해야 할지 정하시더라고요.
서로 섭섭하지 않기 위한 지혜겠죠.
진짜 마음이 가서 참석하는 일보다 신세 갚거나 가야 하니까 가는 식장이 대부분입니다.
천편일률적으로 진행되는 결혼식, 장례식에 가면 밥을 먹을지 말지, 언제 먹을지 고민하느라 축하와 위로는 뒷전인 느낌이 들어요.
마음이 있든 없든 사돈에 팔촌까지 챙기는 남편과 저는 생각이 달라요.
직접 부고장을 받지 않았지만 업계의 지인소식을 들었을 때 갈까 말까, 조의금을 얼마 내야 할까, 밥을 먹을지 말지 고민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