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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날, 삼시 세끼 집에서 먹는 클라쓰

by 선홍

올해 추석도 어김없었습니다.


시어머니는 큰 수술 이후 몸을 회복하셨지만

예전 같지 않으시고, 저를 포함한 며느리들 포함 다들 해가 갈수록 몸이 약해집니다.

그렇게 연연했던 제사는 지내지 않기로 했지만 열명 이상의 식구들 입을 채우는 일은 온전히 여자들의 몫이죠.


시어머니에게 일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씀드려도 거대한 솥에 토란 가득한 뭇국, 갈비찜, 잘 익은 김치로 만든 김치전이 가득 준비돼 있었습니다.


저의 얄팍한 속셈은 빈손으로 가면 어차피 시어머니가 음식을 못 하실 테니 집에 있는 김치나 반찬으로 대충 먹을 테고,그럼 먹을게 없으니 한 끼는 좀 나가서 사 먹자고들 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었죠. 그랬는데!


안 그러던 형님까지 이번에 깻잎 전, 동그랑땡에 동태 전, 반찬까지 주롱주렁 갖고 오는 게 아닙니까.

아, 올해도 실패, 산 넘어 산, 점입가경...같이 제사음식의 많은 양에 대한 불만를 얘기해 놓고 이럴 수가 있나요. 안 해도 된 마당에 왜 이러는 걸까요.


4시간 걸려 만들었다는 깻잎 전, 동그랑땡, 동태 전을 불만스럽게 먹다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형님, 담엔 고추전도 해줘용~"

아, 맛있었습니다!

친정엄마가 생각나는 깻잎 전을 먹으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던 고추전 생각이 났거든요. 한 대 맞을 줄 알았는데 어라? 의외로 그러마, 하시네요.


시어머니나 형님이 그 힘든 음식을 왜 했겠습니까. 식구들 맛있게 먹일 생각에 고생을 감수하는 거죠.

남녀평등이니 뭐니 다 떠나서 그런 엄마의 마음이 세상에 있어서 얼마나 다행입니까.

날라리 며느리인 저로선 감당 안 되는 내공이지요.


허루 세 번 대식구 밥상 차리고, 치우고, 먹고 치우고를 반복하니 물에 젖은 행주가 된 기분입니다.

설거지로 잘 먹은 마음을 표현하려다 손목부터 팔뚝까지 시큰시큰하지만, 의도한 대로 아무것도 흘러가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기분 좋은 추석 휴일입니다.


추석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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