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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봄 Sep 23. 2019

김밥을 분석하다

한식 분석

소풍을 가는 아침은 평소의 아침과는 다르게 좀 더 분주해진다. 어머니는 도시락통을 챙겨 주시고 나는 김밥을 사러 나간다. ‘6시 김밥’,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김밥집이다. 6시부터 장사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른 아침부터 장사했기 때문에 소풍을 갈 때는 항상 6시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갔다. 아침 공기의 시원함을 만끽하면서 김밥집에 들어가면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소풍 시작을 알렸다.


김밥에 관련된 추억은 다들 하나씩은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만큼 김밥은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음식이다. 어릴 때는 소풍의 설렘,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바쁜 삶 속에서 끼니를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음식으로 변해간다. 지금은 김밥을 봤을 때 소풍의 설렘은 느껴지지 않지만, 하나의 요리로 봤을 때는 묘한 설렘이 느껴진다. 서론은 여기서 마치고 지금부터 우리의 삶에 밀접한 이 김밥의 맛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김밥의 배열

김밥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 포인트는 배열이다. 김밥을 쌀 때 어떤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는지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밥 위에 바삭한 재료를 깔고 안에 부드러운 재료를 넣으면 밥 다음으로 바삭한 식감이 느껴지고 부드러운 식감이 느껴진다. 이처럼 어떤 맛을 먼저 느끼게 할지 요리사가 조정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누드 김밥이다.


음식은 눈, 코, 입으로 즐긴다고 한다. 김밥의 단면은 어떤 색의 재료를 어디에 배치하는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재료가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거나 색의 조화가 아름답다면 먹기 전에 이미 만족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김밥의 맛_배열


김밥의 밥

김밥에서 밥은 안에 있는 속 재료를 어우르는 역할을 해준다. 또한, 밥 그 자체에 간을 더해서 맛을 추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김밥의 경우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많이 한다. 그러나 김초밥은 식초, 설탕, 소금을 사용해서 간을 하는데 이처럼 밥에 간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른 음식이 만들어진다.

김밥의 맛_밥


김밥의 재료

김밥은 밥상의 축소판과 같다. 밥과 반찬을 곁들여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이 김밥에 그대로 녹아 있다. 밥 한술에 달콤한 짭짤한 불고기와 맵고 시큼한 김치를 올려서 한입에 먹는 것과 김밥 한 개를 먹는 것은 같다. 즉, 김밥은 속 재료의 변용에 의해 다양한 김밥이 만들어진다.

김밥의 맛




기술

모든 음식이 조리사의 기술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겠지만, 김밥은 모든 재료를 준비하고 마지막에 말 때도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누군가는 밥의 양은 많고 속 재료는 적게, 또 다른 누군가는 밥의 양은 적고 속 재료는 많게 만다. 비율을 정확하게 지켰다고 해도 어떻게 말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힘을 꽉꽉 줘서 밥이 눌린 김밥, 힘을 너무 안 줘서 썰면 풀리는 김밥이 있다. 이처럼 김밥은 재료를 잘 준비하더라도 마지막에 말면서 맛의 차이가 생긴다.



김밥은 다양한 재료로 맛의 변주를 주고 배열을 통해서 어떤 맛을 먼저 느끼게 하거나 복합적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지금은 김밥을 봐도 소풍의 설렘이 느껴지지는 않겠지만, 김밥의 맛을 집중해서 잘 느껴본다면 소풍에 준하는 즐거움이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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