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그만두고 불편한 점을 하나 얘기하자면, 삼시 세끼를 다 내 손으로 차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집에서 밥을 차려 먹는 것은 별개의 일인 것 같다. 어쩜 그렇게 귀찮은지 모른다. 그나마 집에서 종종 해 먹는 요리는 오일 파스타다. 끓는 냄비에 파스타를 넣고 9분 타이머를 맞추고 면이 익는 동안 부재료를 손질하고 팬에 볶는 작업은 미션을 하는 듯한 재미가 있다. 면이 딱 익었을 때 팬에 마늘과 베이컨, 양파 등이 잘 볶아져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날도 별생각 없이 파스타를 만들어서 어머니와 함께 먹고 있다가 질문을 받았다.
“아들, 파스타는 왜 소면이랑 다르게 물에 안 빨고 그냥 만드는 거야?”
질문을 받는 순간 당황했다. 그러게? 왜 파스타는 물에 안 씻고 그냥 바로 조리하는 걸까? 둘 다 별 차이 없는 면인 것 같은데. 왜 다르게 조리하는 걸까? 조금 우스울 수도 있겠지만, 어머니의 질문에 꽤 긴 시간을 고민한 뒤 해답을 알게 되었다.
어떤 문제에 답을 도저히 구할 수 없다면 문제를 의심해봐야 한다.
파스타는 왜 소면이랑 다르게 물에 안 빨고 그냥 만드는 거야?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포괄적인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조금 바꿔서 세분화시킨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이 만들어진다.
1. 오일 파스타와 잔치국수의 차이점 2. 샐러드 파스타와 비빔국수의 차이점
물에 씻는지 안 씻는지에 대한 질문이 음식의 차이점으로 변해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쭉 읽어보면 왜 차이점에 관해서 서술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우선, 어머니의 질문은 포괄적이었지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면을 물에 씻고 안 씻고는 맛의 큰 차이를 주기 때문이다. 면을 삶을 뒤에 차가운 물에 씻는 작업은 두 가지의 목적이 있다.
첫 번째, 오버쿡 방지
뜨거운 물에 삶아진 면은 물에서 꺼낸 순간에도 계속 익어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익힘 정도보다 더 익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찬물에 담가 면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두 번째, 전분
면에 묻어 있는 전분을 씻어 내기 위해서 면을 씻어낸다.
이외에도 식감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두 가지가 주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두 가지의 목적을 잘 기억하고 세분화시킨 두 가지의 질문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1. 오일 파스타와 잔치국수의 차이점
첫 번째, 면의 삶기
파스타의 심지가 살짝 보이게 익히는 것을 Al dente라고 한다. Al dente 상태의 파스타를 먹기 위해서는 파스타를 삶을 때에 Al dente 상태보다 덜 익혀야 한다. 파스타는 뜨거운 물에 삶아진 뒤 다시 팬에서 조리를 거치기 때문이다. 즉, 면을 삶을 때 완전히 익히지 않고 설 익혀(under cooked)야 한다.
잔치국수도 이와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다. 소면은 뜨거운 물에서 90% 이상 익힌 뒤 찬물에 씻어 퍼지는 것(overcooked)을 방지한 뒤 그릇에 담아 뜨거운 국물을 부어 면을 완벽하게 익힌다.
잔치국수와 오일 파스타_ 출처:pixabay
두 번째, 맛
오일 파스타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유화다. 기름과 육수가 유화되면서 소스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름과 물은 끓이기만 해서는 섞이지 않는다. 기름과 물이 뒤섞이기 위해서는 전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면에 묻어 있는 전분을 씻어내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다. 면수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그러나, 잔치국수는 면에 묻어 있는 전분을 깨끗이 씻어내서 국물의 맛을 헤치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잔치국수는 오일 파스타와 달리 면을 다시 가열하지 않기 때문에 전분이 묻어 있는 면을 그냥 국물에 담가 먹는다면 국물이 탁해지고, 밀가루 냄새가 난다.
2. 샐러드 파스타와 비빔국수의 차이점
사실 두 요리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두 요리 모두 면을 완벽히 익힌 뒤 overcooked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빔국수는 차가운 물에 전분을 씻어내고 overcooked을 방지하는 반면 샐러드 파스타의 경우 면을 찬물에 씻거나 쟁반에 넓게 펼쳐 식혀서 사용한다. 필자 생각에는 샐러드 파스타도 찬물에 씻어 만들면 더 산뜻한 맛이 날 것 같다.
샐러드파스타와 비빔국수_ 출처:pixabay
대략 파스타와 국수를 비교해봤다. 오일 파스타와 잔치국수는 조리법 자체가 다른데 비교가 가능한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면을 물에 씻는 작업에 초점을 두고 글을 썼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둘을 비교하게 됐다. 혹시나 필자와 같은 궁금증을 갖은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글을 읽고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