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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봄 Jun 30. 2020

남들 몰래 방구 뀌기

밀리의 서재 리뷰

서울시 도서관은 기한 없는 휴관에 들어갔다.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기 전까지는 도서관뿐만 아니라 서울시역사박물관, 실내체육시설 공공시설 출입이 제한된다.


주변 사람에게 떳떳하게 밝히기 어려운 취미가 몇 개 있다. 도서관에서 책 빌리고 안 읽기, 제때 반납 안 해서 연체료 내기. 이외에도 책 사고 안 읽기, 안 사도 되는 전공 책 사기 등이 있다.


도서관 휴관은 내 은밀한 취미생활에 제대로 타격을 줬다. 남들 몰래 방귀 뀌려고 눈치를 살살 보는데 타이밍이 안 잡히는 느낌이랄까? 속만 부글부글 끓고 있었을 때 ‘밀리의 서재’가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밀리의 서재는 전자책 정기구독 앱이다. 전자책 구독은 월 9,900원, 연 99,000원이면 전자책 약 5만 권을 읽을 수 있다. 종이책 구독은 월 15,900원, 연 183,000원으로 약 5만 권의 전자책을 읽을 수 있고 ‘밀리 오리지널 한정판(종이책)’을 격월로 받을 수 있다.


지난 2월부터 종이책 구독을 시작한 이후로 취미생활 2개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 뷰어에는 50권의 책을 담을 수 있다. 책 읽을 수 있는 기한은 한 달이고 기간이 지나면 다시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내 뷰어에는 50권이 항상 꽉꽉 채워져 있다. 이로써 책 빌리고 안 읽기 완수. 두 번째는 책 사고 안 읽기. 종이책을 벌써 3권이나 받았는데 하나도 안 읽었다.


시원하게 방귀를 뀐 셈이다.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드는데 시원해서 좋다.


장점으로는 나만의 책장 만들기, 밑줄 그은 글 모아서 보기, 불 끄고 책 읽기, 누워서 책 읽기 등이 있다. 단점으로는 뷰어가 느릿느릿하고 무겁다. 밑줄 긋기가 잘 안될 때도 있고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갈 때도 있다.


밀리의 서재가 내 은밀한 취미생활을 하게끔 도와줬지만, 얼른 코로나 19가 종식돼서 종이책을 빌리고 싶다. 도서관에서 나는 책 냄새도 맡고 싶다. 연체료도 내고 싶다(연체료 내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못된 취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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