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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국봄 Apr 28. 2021

취업 이야기입니다. 카오스를 곁들인...

간장 종지의 발효 일기_01

어떤 말은 반복할수록 힘을 갖기 마련이지만, 어떤 말은 반복할수록 말이 갖는 힘이 약해지고 그 뜻 마저 희미해진다. 또 어떤 말은 글로 남기지 않으면 금방 힘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일지 모르지만, 내 생각이 담긴 말을 글로 옮겨 말의 힘을 유지시켜보려고 한다.


난 고졸 공채 채용이 시작되던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녔고 운이 좋았는지 졸업 전에 H그룹 공채로 입사할 수 있었다. 대졸 공채에 비견될 바는 아니지만, 나름 노력해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1년 반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이유는 조금 뻔하다. 내 앞에 있는 선배와 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그 후 군대 2년, 대학 4년이 지나고 나니 27살 취준생이 됐다. 애석하게도 19살의 나와 27살의 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아직도 철이 없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어린 아이다. 다만, 19살의 내가 했던 생각 하나만큼은 달라졌다. 어릴 때는 내 앞에 있는 선배와 내 미래를 겹쳐서 봤다. 그러나 이제는 누군가의 삶과 내 미래를 겹쳐서 보지 않으려고 한다.


일직선과 일직선에서 0.0001도 틀어진 선은 언뜻 보기에는 평행선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무한하게 확장시킨다면 두 선의 간극은 엄청나게 클 게 분명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얼마나 몰입해서 하는지,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에 따라서 각자의 모습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다만, 그 차이가 너무나 미미해서 평행선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과거의 나는 이런 단순한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센스와 BTS의 랩몬스터를 보면 이런 차이가 보인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센스와 랩몬스터가 최고의 위치에 있는 래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둘을 단순하게 래퍼로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둘 다 랩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랩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느냐, 랩 외적인 것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느냐가 둘의 위치를 만들어줬다.


나는 마음속에 간장종지 같이 작은 그릇을 품고 사는 사람인지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동요한다. 흔들림을 멈추는 게 정말 어렵다. 취업을 준비하는 불안한 상태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 앞에 있는 누군가와 내 미래를 겹쳐서 보지는 않으려고 한다. 쉴 새 없이 파르르 흔들리는 내 간장종지를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 종지 그릇에 지혜로 숙성된 간장을 담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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