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 종지의 발효 일기_02
중요함은 소중함을 잊게 한다. 중요한 일의 무서움은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나에게 타격이 있을 것만 같은 급한 일이라는 것이다.
계단을 오르듯이 살았다. 오늘을 밟아서 내일을 살았다.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일만 처리하기 급급했고 내게 소중한 것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할 일을 마치지 못하면 스스로를 괴롭혔고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계단을 오르고 넘어지는 것을 반복하며 살았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취업하면 쉬는 날에는 글을 써야지. 가끔 단편 소설도 쓰고 재밌게 살아야지 하고 취업한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김소연 시인의 에세이 <마음사전>을 읽다가 소중함과 중요함의 차이를 생각해보게 됐다. 시인은 소중함과 중요함의 차이를 설명해줬는데 내가 이해한 대로 써보자면 다음과 같다.
소중한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잠들 때 마다 꼭 껴안고 자는 애착인형의 가치를 어떻게 매길수 있을까.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만약, 소중한 것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내 애착인형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1000만원이라고 해도 남들이 내 애착인형을 1000만원짜리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반면에 중요한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예시를 특별하게 들 필요도 없이 ‘돈’과 연관된 많은 것들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승진을 위해 상사와 갖는 술자리 정도가 될 것 같다. 김소연 시인은 돈이 전혀 소중하지 않은 체 중요한 자리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계단에서 내려와 평지를 걷는 중이다. 일주일에 한번 에세이나 단편소설을 쓰고 매일 30분씩 책을 읽는다. 토익 공부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책을 읽으면 간장 종지처럼 작은 내 마음에는 파도가 친다. 못 외운 영어 단어가 아른거려서 책에 쉽게 집중하지 못한다. 소중한 것을 지키는 게 참 어렵다. 그래도 이제는 더 이상 중요한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 않으려 한다. 그렇게 살아야 내 간장 종지가 편할 것을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