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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예술가의 일지 Mar 04. 2023

어느 예술가의 일지1

2022년 돌아보기


- 대충할 수 없었지만 무엇하나 제대로 할 수 없었던 2022년.


  나는 자유롭고 싶다. 언젠가부터 무엇을 위해 글쓰냐고 물으면 '자유'를 위해, '자유로운 세계'를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하곤 했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글을 작년에 열심히 썼다. 1,2월에는 거리극 대본구성을 했으며, 3월부터는 희곡쓰기로 장막 대본을 쓰고, 그 이후 쇼케이스를 해야하는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의뢰를 받았던 1편의 희곡과 1편의 소설을 각색했다. 학교에서 희곡쓰기 때는 반드시 쓰고 싶던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쇼케이스를 위한 희곡은 살기 위한 안정적인 지원금이 필요했다. 그리고 의뢰가 들어왔던 것들도 거의 처음이라 작품 역시 어떻게 거절하는지, 거절을 했어야하는지도 몰랐다. 아니, 거절을 하기에는 또 돈을 벌어 미래를 계획하고 싶었다. 이게 다 욕심이었겠지? 

 학교 수업 시간에 쓰는 대본을 제외한 모든 대본은 무대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 하나 대충할 수 없었고, 학교 졸업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래서 결론은 대충할 수 없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도 없었다. 겉으로는 무사히 완료된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것만큼 그 어떤 대본도 도달하지 못했다. 책임감으로 뒤덮여 매일 울다 괜찮아지기를 반복했다. 쓰고 싶었던 대본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으며, 처음으로 글을 쓰는 것이 고통이었다. 전혀 자유롭지를 못했고 원하는 만큼 도달한 적이 없었다. 다 끝내고 진짜 당분간은 글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새로운 결심 :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2023년이 밝았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랐고 무언가를 쓸 힘이 나지도 않았다. 요 며칠 방황하며 지친 머리를 계속 멍때리며 시간을 떼우기 바빴다.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써야할지, 마음을 잃은 기분이었다. 꿈을 위해 달렸다기보다 남들 앞에 당당해지기 위해, 보여지기 위해, 어떻게든 자리를 잡기 위해 애썼던 시간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물론 나에게는 이것 역시 필요하지만. 

 오늘은 동네 학원 파트 타임 강사 면접 자리가 마감 날이었다. 일자리 지원도 고민이 많았다. 또 새로운 일을 벌리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지 못할까봐.  그래도 글쓰기와 병행할 일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이력서에 적을 학점을 보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들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학교 공연 오디션 공고를 봤다. 교수님들의 연출 하에 만드는 졸업 레파토리 공연이 이번에는 연기과가 아닌 타과가 지원이 가능하다는 빨간줄. 

 6주간의 훈련이 있다는 얘기.  스스로가 주체가 되는 ‘1인 창조자주의’를 지향하는 연출의 말.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때문에 이렇게 낙담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원하는 것을 더이상 꿈 꿀 수 없다는 것,  내가 원하는 세계를 자유롭게 그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망을 했던 것이다. 작년 한 해에 사실 나는 내 꿈에 대해서는 좀처럼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기과가 아닌 내가 예종 레파토리 오디션을 본다는 것은, 그것도 모든 연출들과 연기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본다는 것은 이 쫄보에게는 어마무시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해보고 싶다. 그래서 오디션에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결심한 순간 또다시 금새 의욕이 생겨났다. 이건 내인생 첫 오디션이다!


- 이곳에서 멈추고 싶지 않아서


 매년 크고 작은 좌절과 성취가 오간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제자리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작년에 정말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어떤 성장들이 내게 있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는 최선을 정말 최선을 다해보려고 했다. 그럼에도 늘 실패한 느낌이 들고, 늘 부족한 점들만 스스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또 하고, 또 하는 이유는 이 실패한 느낌에서 멈추고 싶지 않아서다. 도달할 수 없는 세계에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내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그럼에도 그 세계를 향해 계속 가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계속 가려고 해야지. 그게 인생이고, 꿈이지 않을까?

 또다시 제자리에 서있는 것 같은 때 다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 오디션이 내게 또 다시 해볼 용기를 준다. 사실 그런데 또 너무 무섭다. 인생은 한번뿐이야라는 주문을 걸어본다.

 만약에 혹시라도 오디션에 붙는다면 이번에는 내가 이걸로 어떤 기회가 찾아올 거라는 망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마지막으로, 한번 더.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그 마음 뿐이다.  올해는 그냥 그 마음으로, 즐기면서, 또 간절하게 해야겠다. 작년에 내 씨앗들이 헛되게 날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내 꿈이, 지난 시간들이, 지난 나의 실패들이 헛되이 날아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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