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천천히 한동작씩
해야 되는 것들을 머릿속에 가득한데 몸과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해 몸과 정신 모두 아팠던 몇 주. 끙끙 앓다가 계속 앓을 수가 없어서 잠시 놓아버렸다. 이번주는 꽉 조여왔던 마음을 놓아버렸다. 마감 하나를 해놓고 나면 힘이 다 빠져서 힘을 주고 해야 할 일들을 하려고 해도 안될 때가 있다. 아무리 용을 써도 해야 할 것을 하지를 못하니, 학원에서 수업을 잘하려는 욕심도, 학원에서 학생수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도, 글을 잘 써야겠다는 욕심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하되 할 수 없는 것은 지나보내고 받아들이자는 결론이 찾아왔다. 생각해보니, 세상에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그저 묵묵히 견디고, 나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게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지쳐버린 날 때때로 스스로 내버려두어도 된다고, 다독여줘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렇게 힘이 맥없이 빠져버리는 게 때때로 필요하기도 하다. 너무 힘만 주고 살다가는 금세 꺾이고 말테니까.
이번주에는 오랜만에 목표했던 주 2회 무용을 가는 데 성공했다. 자꾸 지쳐서 해야 할 일들을 못하게 되니 운동이라도 가자, 뭐라도 하고 하루를 보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두 번의 무용 속에서 나는 다시 나를 일으키는 힘을 얻게 되었다.
무용은 한동작, 한동작 정성을 들여서 동작의 목표를 완성을 시키는 일이다. 목표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무용수들도 한 동작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연습을 하는 거 보면 일반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이상을 향해 가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 자체가 '무용'이다. 몸으로 매번 연습을 하며 이상적인 동작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무용수들의 몸과 아우라는 너무 아름답다. 이번주에 무용을 하며 그렇게 동작 하나에, 지금 하고 있는 행위 하나에 집중을 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늘을 날아오를 수 없지만 날아오르기를 꿈꾸는 인간은 아름답다. 아니 아름다워지겠지.
나는 그렇게 믿어.
금요일에 우연히 꽤 오래다닌 무용 선생님과 개인 레슨을 하게 되었는데 (학원생들이 안와서) 천천히 꼼꼼히 동작을 봐주시며, 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수업했다. 선생님이 우울과 싸운 시간들을 들었다. 흐트러짐 없이 완벽해 보이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저 모습은 수많은 고통을 딛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만들어지는 거구나, 모두가 그렇게 싸우며 사는구나 생각했다. 작년에 친구를 잃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깊게 공감을 해주셨다. 그럼에도 견뎌라, 아직은 견뎌야 할때다, 견디고 할 수 있다는 말도 정말 진실되게 느껴졌다.
언제나 나는 춤신춤왕을 꿈꾸는 데 올해는 정말 꼭 더 해보고 싶어졌다. 내 몸을 꼭 바꿔보고 싶다. 천천히 한동작, 한동작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