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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예술가의 일지 Jul 17. 2024

어느 예술가의 일지12

하루를 잘 살기 위한 싸움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 걸까? 평창 여행에 가 애인에게 괜한 투정을 부리며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다 당신 탓이라고 하면서. 하루를 제대로 보낸다는 게 어렵고, 곁에 몇 사람도 없는데 그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도 버겁고, 돈을 버는 것도 어렵고, 현실을 마주하는 것도 어렵고, 그렇다고 이상세계를 마음껏 꿈꾸지도 못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니 제대로 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눈물이 났다.


울고 다시 새벽에 일어나 평창 레지던시에서 글을 쓰고, 브런치를 먹으며 글을 쓰고, 다시 또다른 카페에서 책읽고,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 위해 싸웠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눈물은 멈추고 또 무사히 하루를 보내고, 기절한 채 잠에 들게 됐다. 그렇게 엉엉 울고 싶던 ,그래서 엉엉 울어버린 한주가 끝나고 다시 새롭게 한주가 시작됐다. 


오늘도 역시나 졸리고, 글을 쓰기 싫었다. 수정작업 중인데 수정 작업은 마치 안풀리는 수학문제를 붙잡고 있는 느낌이라 재미도 없다.  반드시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의를 나약한 나란 인간은 금새 잊어버린다. 유튜브를 보고, 딴짓을 하다, 이렇게 오늘 하루에게 져버릴 것 같아서 무용을 갔다. 무용도 역시 재미없고 아픈 부위가 신경쓰이고 짜증이 났다. 그래도 그냥 했다. 하고 12시까지 하는 카페로 가서 수정 작업을 했다. 그렇게하다보니 또 무너질 뻔한 하루를 겨우 지탱하게 됐다. 


매일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매일 좋은 하루를 위해 싸워야겠다고 생각한다.


당신 탓이라고 투정만 부렸는데, 애인은 퇴근 후에 회식 후에 카페로 와줬다. 먹고 싶은 간식을 사주고, 옆에서 야구를 보면서 내 손을 잡아줬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평창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외쳤다.


나는 좋은 조건에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또 감사하게 여전히 글을 쓰고 있으며! 옆에서 이렇게 챙겨주는 애인도 있다!


억지로 외쳤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외치고, 억지로라도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지. 

오늘 하루를 조금은 이겨낸 나에게 다시 내일도 싸워보자고, 

이 나약한 내가 결의를 나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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