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중국 상해 도심에 배를 만들었습니다. 먹는 배 아니고요. 타는 배. (죄송합니다.)
이름하여 'The Louis' 입니다. 약간, 루이비통을 인물화하면 이런 이름이 될까요? 루이스. 왠지 왕족 이름 같기도 하네요.
물론 바다 위가 아니라 땅위에 배를 건조 시켰습니다.
말 그대로 쇼핑몰 한켠 외벽이 배의 형상을 띄고 있는데요. 길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에서 배를 보면 이런 기분일까...'
SNS, 웹사이트 사진에서 보는 이미지는 보통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향합니다. 즉, 배 모양을 전부다 담기 위해서 촬영했겠죠? 그래서 배의 형상을 전부 다 담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가본 The Louis는 말 그대로 배를 아래에서 쳐다볼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외관을 살펴보려면 조금 떨어져서 지켜봤어야 했는데요. 참, 여기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스타벅스 로스터리가 바로 옆에 있는데, 그 규모도 엄청납니다. 로마에 콜로세움처 원형의 곡선의 입면 디자인을 갖고 있기도 해서 이국적인 느낌도 나고요.
그 길 건너편, 횡당보도를 건너니, 그제서야 the Louis 전체 외관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메탈릭 재질에 LV모노그램으로 장식되어 있고, 말 그대로 배를 그대로 형상화 시켰습니다.
배를 감싼 실버 메탈 소재가 빛나는 고급스러운 배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배, 즉 선박의 Deck을 형상화해 층층히 쌓인 구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부에는 Visionary Journeys라는 컨셉의 몰입형 전시가 2개의 층에 걸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 전시 시작점에는 Trunkscape라는 떠 있는 모노그램 트렁크 터널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엄청 찍고 있더라고요. 생각보다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는데, 사방이 거울로 감싸져있고, 루이비통 트렁크들이 매달려 있다보니, 약간 인터스텔라? 같은 분위기가 나기도 하더라고요. 그외에 북룸, 스포츠 갤러리, 아틀리에 등의 테마룸 등이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외관의 배 형상은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고, 내부에서는 그 여행을 다양한 단계에 따라 몸소 경험할 수 있게 구성해뒀습니다.
이 전시는 방콕, 오사카에서도 진행했었는데 실제 공간의 이미지적 구성이 유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상층부에는 르 카페 루이비통이 위치해 있어서, 전시부터 상품판매, 미식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스토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간의 큐레이션과 연출은 OMA 의 파트너 쇼헤이 시게마츠가 진행했는데요. OM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설계사무소죠.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 엘리아 젱겔리스 등이 설립했는데, 베이징의 CCTV본사를 설계한 것으로도 유명하죠.
국내의 리움미술관, 서울대 미술관, 갤러리아 광교 등 다양한 작업을 하기도 했는데, 특히 최근에 설계한 갤러리아 광교는 운석이 떨어진 것 같은 파격적인 외관을 자랑하기도 하죠.
전 처음에 사진을 보고 이게 완성된 건가? 아님 공사중인건가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정말 초현실주의라고나 할까요. 하나의 아트피스를 만든것 같네요.
당일 방문은 어렵고, 위챗으로 예약을 해야되는 구조여서 입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현장 예약을 뒤늦게 알고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예약한 저는 약간 뿌듯한 마음으로 입장한 기억이 있습니다.
전시 구성도 알차고 무료라는 점을 감안하면 루이비통에 대한 로열티?가 올라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시 후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도 굉장히 상업적인 방식이었지만 좋기도 했고요.
https://www.swireproperties.com/en/portfolio/current-developments/hkri-taikoo-hui/
The Louis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인 난징시루에 위치해 있는데요. 상하이 지하철 3개 노선과 연결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단독 플래그십이 아니라 HKRI타이쿠 후이라는 복합개발 시설에 있는데,
HKRI 타이쿠 후이(Takikoo Hui)는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두 개의 프리미엄급 오피스 타워, 두개의 부티크 호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구성된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 Mixed Use development입니다.
지난번 파크사이드와 아자부다이힐즈를 비교한 글에서도 MXD에 대한 내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총 연면적은 약 46만 8천㎡로 14만평에 달하며, 이 중 쇼핑몰은 약 10만㎡로 약 3만평을 차지합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IFC몰은 엄청 크잖아요? 애플부터 Zara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고, 채광도 잘 들어오는 곳이기도 한데 이곳의 연면적이 7만㎡ 로 약 2만3000평입니다. 그러니 이보다 조금 더 큰 규모라는 걸로 어느정도 가늠이 가시겠죠?
근데 거기에 배의 형상을 한 건축물처럼 보이는게 있다보니,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구조물 건축 허가가 쉽게 나는 건가?' 근데 타이쿠후이 쇼핑몰의 예전 사진을 찾아보니, 기존에는 일반적인 건물이었더라고요.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 배의 모양과 거의 유사한 건축물의 외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3층 이상에서는 거의 비슷하죠? 즉, 기존의 건물의 형상에 선박의 외피를 덧대어 완성한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전세계 럭셔리 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는데, 사실 전세계 80억 인구 중 중국인 인구가 대략 14억 정도니깐 약 18% 정도인데 그럼, 수치적으론 어느정도 비슷하네요?
베인앤컴퍼니 자료에 따르면 23년 이후 24년에 약 18~20%가량 중국 럭셔리 마켓 시장이 감소했다고 하는데요. The Louis 같은 프로젝트는 보통 완공 전 최소 1~2년 이전에 계획을 했을텐데, 그럼 22~23년 사이 계획을 했을테고, 아마도 24년처럼 매출이 떨어질거라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을것 같네요.
물론, The Louis 덕분에 매출이 더 잘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죠.
그래도 럭셔리 패션 브랜드 중 선두주자인 루이비통이 상하이에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한건 분명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루이비통 오사카 플래그십은 Sail 이라는 컨셉, 즉 배의 돗을 연상 시키는 외관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 외에도 뉴욕엔 트렁크 가방 모양으로 건물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오사카 루이비통의 경우 창문이 있는거 같긴한데, 뉴욕의 트렁크 컨셉의 건물은 창문도 없는거 같지 않나요? 흔히 백화점이 사용하는 수법?인데요. 사람들이 외부 조망으로 눈을 돌리기 보단, 내부로 시선을 더 집중시켜서 조금이라도 상품을 사게끔 만드는...? 방법인데, 루이비통은 말 그대로 트렁크에 사람들을 가둬 버렸네요.
근데, 이렇게 만드는게 정말 근사하고, 아이캐칭하긴 하지만 결국 예산, 비용의 문제이거든요?
일반적인 건물 개발을 한다면 파사드 건물 입면을 이렇게 계획할 수가 없죠. 왜냐하면 결국 투자금 대비 수익이 나와야하는데 건물 입면에 수십-수백억을 투자한걸 어떻게 회수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럭셔리 브랜드나 브랜드의 광고 성격이 있는 곳들은 가능한 것이죠.
보통 브랜드들이 소위 말하는 인스타그래머블, 사람들이 사진 찍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요. 그러다보니 핫한 카페나 디저트 스토어에도 인테리어에 힘을 주고, 그걸 브랜딩이라는 컨셉으로 포장하기도 하죠. 이제는 그런 시점이 Exterior 즉 건물의 파사드, 외관까지도 인테리어의 연장선에 있게끔 만드는 전략이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더 큰 비용의 문제지만요)
본래 브랜드 입장에서 광고, 마케팅 비용은 항상 책정되어 있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브랜드별 요율은 다르지만 제품, 상품을 알리기 위한 당연한 방식인거죠. 하지만 젠틀몬스터만 예를 들어봐도 2024년 전체 매출 6000억이라는데요. 정말 대단한 매출이죠.
6000억 매출에서 광고 선전비가 280억으로 대략 4%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총액 규모로는 꽤 커보이지만, 매출 대비해선 정말 미비한 수준이죠. 그 대신 다들 아시는 것처럼 공간마케팅 비용 즉, 인테리어 비용이 꽤 많은 비용을 차지하죠.
말 그대로 오프라인의 공간 자체가 광고물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방향성은 이미 우리도 느끼고 있죠? 성수동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 광고 스트릿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깐 말이죠. 과거 백화점, 쇼핑몰이 브랜드의 오프라인 광고 현장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다이나믹한 다양한 건물들이 있는 상권, 스트릿 로드가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이죠.
유명, 대형 브랜드들이 인테리어에서부터 건물의 파사드 외관까지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그 아래 다양한 콘텐츠들도 비슷한 행보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Interior 에서 Outerior 가 중요한 시대인 것이죠.
(본래는 Exterior라고 표현하죠)
루이비통이 기존 건물을 살려서 교묘하게 선박을 만들었잖아요? 이걸 보다보니, 생각나는 사례가 있더라고요.
먼저, 덴마크에 있는 해양박물관인데요. 우리가 선박을 생각하면 쉽게 떠오르는 형상이 있죠. 선박의 앞쪽을 가리키는 선두가 살짝 뾰족하게 형상화 되어서 바닷길을 가르기 쉽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근데, 덴마크의 박물관은 이 선박을 땅 아래로 그대로 묻어버렸습니다. 기존의 부두로 사용되던 곳을 이렇게 멋진 건축물로 만든 것인데요. 지난번 소개해드렸던 BIG 비양케잉겔스그룹에서 설계한 곳이라고 합니다.
앞서 말한 브랜드, 콘텐츠들은 Exterior가 더해지는 개념이라면 이 박물관은 땅을 판 것처럼 내부로 공간을 더 품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루이비통은 세계적으로도 이런 시도를 많이하는데요.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이 그 사례 중 하나입니다. 바로 퐁다시옹 루이비통이죠.FONDATION LOUIS VUITTON
외관부터 굉장히 독특한 이 건물은 마치 항해하는 함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어라? 상하이의 선박과 비슷하죠? 아무래도 루이비통이 LV모노그램 로고로 이루어진 트렁크로 시작한 브랜드다 보니, 여행을 뜻하고 의미하는 이런 선박, 함석을 형상화한 공간이 많은것 같습니다.
이곳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에 의해서 설계되었는데요. 프랭크 게리는 해체주의 건축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분이기도 하죠 .
Foundation Louis Vuitton © Gehry Partners
Foundation Louis Vuitton © Gehry Partners
Foundation Louis Vuitton © Gehry Partners
루이비통의 사례를 살펴보면, 결국 이 모든게 부동산 전략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루이비통이 배 모양을 건물을 만든게 단순히 화려함을 치장한 것이 아닌거죠. 브랜드 입장에서는 건축비와 인테리어비는 광고비이자 투자비입니다. 하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죠.
앞서 루이비통이 위치한 Taikoo Hui는 HKRI라는 홍콩 회사와 Swire Group이라는 글로벌 부동산, 항공, 해운 등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의 자회사 Swire Properties와 서로 합작 구조로 만든 곳입니다.
이때 Taikoo가 발음이 어려워서 무슨 뜻인지 찾아봤거든요?
Taikoo는 스와이어 그룹의 중국어 브랜드명이라고 하는데요. Taikoo(太古)태고 라는 뜻. 클태, 옛고 즉 위대하고 오래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스타벅스 로스터리와 선박으로 만든 루이비통이 있는 것만 보더라도 위대하고 오래갈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 루이비통의 모회사LVMH와 스와이어 프로퍼티간에 지속 가능 파트너십을 체결 했다고도 하는데, 아무래도 상하이 루이비통 매장과 더불어 중국내 다른 매장도 친환경 적으로 설계하고 개선하려는 목적이 아닐지, 물론 그 외에도 개발 자체를 같이 하는 방향을 추구할것 같네요.
이 중 Swire Group은 굉장히 큰 규모의 회사인데요. 영국과 홍콩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고, 캐세이퍼시픽 항공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도 타본적은 없지만 여행 갔을때 종종 볼 수 있는 비행기이기도 하죠. 그리고 독특하게는 스와이어 그룹의 계열사 중 스와이어 코카콜라가 있거든요?
물론, 코카콜라를 갖고 있는 회사는 아닙니다. 코카콜라는 맛의 비법을 그 누구도 모르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스와이어 코카콜라는 코카콜라의 시럽 농축액을 받아 완제품으로 만드는 회사인 거죠. 병입한다고 표현하면 되겠네요. 그리고 판매하고 유통까지 하는 기업입니다. 스와이어 코카콜라는 중국, 홍콩, 대만,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미국 일부 지역에 제조, 마케팅, 유통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하네요.
이렇게 자본이 두둑한(?) HKRI와 스와이어 프로퍼티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루이비통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입점하면, 건물 자체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쇼핑몰 중에서도 에루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있냐 없냐에 따라 소위 등급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여의도 더 현대를 예로 들면 쉽겠네요. 과거 여의도에 백화점이 생긴다고 했을때, 어떤 명품 브랜드도 크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일단 수요가 적을거라고 생각했고, 영등포나 목동에 이미 신세계, 현대, 롯데 모든 백화점이 위치해 있기도 했습니다. 물론 매출이 전국적으로는 그리 높지 않는 점포여서 여의도 출점이 그리 반갑지 않기도 했죠. 하지만, 더현대가 MZ들의 핫플레이스가 되더니, 루이비통은 물론 왠만한 럭셔리 브랜드들이 입점하기 시작하자 진짜 백화점으로 인정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The Louis는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 상하이 도심 핵심 상권의 부동산 가치까지 끌어올리는 장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시, 브랜드 그리고 부동산이 한 지점에서 맞물린 거죠.
사실 이런 흐름은 한국도 비슷합니다. 청담동의 구찌 가옥, 디올 하우스, 갤러리아 광교 같은 건물들은 이미 ‘브랜드 건축물’ 자체가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사례로 꼽히거든요. 즉, 브랜드는 공간을 통해 자신을 광고하고, 건물주는 브랜드를 통해 건물의 가치를 키우는, 서로 윈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