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죠?
그 덕분인지 아파트 가격이 오르락 내리락 할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같이 들썩이는데요.
최근에 서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 국평 가격이 70억을 찍었다고 합니다.
흔히 국평을 전용 84제곱미터, 공급 기준으로 약 32평으로 치는데, 평당 2억을 처음 돌파했습니다.
한 평에 2억이라니, 지방 아파트 1채 가격이랑 거의 맞먹는 수준입니다.
높은 가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국평이면 공급으로는 32평인데 전용 면적으로 24평형입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크지 않은 크기임에도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집이 크면 비싸고, 작으면 싸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죠. 국내 뿐만 아니라 최근 해외 주요 도시에서도 소형 주택 평당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 현상 뒤에는 1) 인구 구조 변화, 2) 입지 경쟁, 3) 콘텐츠 가 있습니다.
1. 1인 가구의 증가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체 가구 수 22,073천 가구 중 1인 가구는 7,829천 가구로 2023년 기준 35.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체 가구 중에서 1인 가구 비중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추세라면 2030년이면 40% 를 넘는건 한순간일 것 같고, 10~15년내로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1인 가구가 될 수도 있을것 같습니다.
1인 가구를 살펴보면 연령대와 그 이유가 일치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70대 이상의 비중이 19% 인데, 배우자의 사망의 원인도 가장 높습니다. 70세 이상은 여성의 비율이 확실히 높네요.
그리고 20대, 30대의 비중 또한 18%, 17% 인데, 사회 초년생의 학업이나 직장이 그 이유가 되는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1인 가구의 주거 면적을 살펴보면, 40제곱미터 이하가 51%로 가장 높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살기 때문에 면적이 적게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결과겠죠?
근데 여기서 조금 특이한건 60~85제곱미터 구간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게 보이시나요?
아마도 ‘국평’ 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전체 가구는 국평에 사는 비중이 31%로 가장 높기도 하고요.
실제 연도별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을 살펴보면, 2006년에 26제곱미터에서, 2012년에 31제곱미터로 늘어난 후 최근까지 유사한 36제곱미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거면적은 꾸준히 조금씩 증가했지만, 이 면적의 절대적 크기 자체가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위의 면적 기준에서도 가장 작은 범위에 속하기도 하고요.
특히, 선진국들에 비해선 훨씬 작은 편인데요.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인 36제곱미터는 미국의 67.4제곱미터의 절반에 불과하고,
일본의 41.9제곱미터, 영국 44.9제곱미터 보다도 작습니다.
결국 1인당 주거 면적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그 크기는 여전히 소형주택에 속하는 작은 면적이라는 거죠.
2. 주택 매매 가격 변화율
주택금융연구원의 2006년부터 2021년 사이 주택 구입 후 3년간 매매가격 변화를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요.
여기서 소형은 85제곱미터 이하, 중형은 85~135제곱미터, 대형은 135제곱미터로 일반적인 소형/중형/대형 주택의 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이때, 단순 가격 변동만 본다면 소형이 20.4%로 가장 높은 변화율을 띄는걸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봤던 ‘국평’이 소형에 속하고,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이 살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낸다는 걸 예측해볼 수 있겠죠?
3. 글로벌한 작은집 선호?
비단,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임대료가 높아지고,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일부 세입자들은 집값이 비싼 지역에 작은 면적을 제공하는 Micro Apartment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주택은 10년 이상 존재해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도입되면서 증가하고 있는데요.
뉴욕의 Carmel Place 가 대표적입니다.
뉴욕 최초의 소형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이고, 뉴욕시 공모를 토대로 nARCHITECTS 설계사에서 10년전 개발한 프로젝트입니다.
규모는 총 9층, 55세대인데 이 중 22세대가 저소득층 가구와 일반 시세형으로 혼합 되어 있습니다.
각 유닛의 크기는 대략 24~33제곱미터로 스튜디오. 우리나라로 치면 원룸 레이아웃이 특징입니다.
특이한건, 모듈러 시공 방식으로 공장에서 제작한 유닛 박스를 현장에 가져와서 쌓는 형태로 공사를 했습니다.
실제 제작 영상을 보면 마치 레고를 쌓는것처럼 시공을 한걸 알 수 있습니다.
약 10년전에 진행한 프로젝트이니, 꽤나 선두적인 시공 방식이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그 덕분에 시공기간을 줄일 수 있었고, 품질도 균질화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원룸 내부를 살펴보면, 수납 일체화 가변 가구 같은걸 볼 수 있죠. 평상시엔 쇼파로 사용하다가 침대를 내리는 폴드다운 베드 형태인데. 생각보단 조금 불편하겠죠? 하지만 공간 활용도 면에서는 좋겠네요. 국내로 치면 원룸형 오피스텔 같은 느낌도 나네요.
실제 사용할 수 있는지 찾아봤을때, $3703~3875달러로. 원화로 500만원 초중반대로 형성되어 있네요. 서울이랑 비교하면 절대적 금액이 높아보이긴 하지만. 맨하튼이니깐 상대적이겠죠?
층별 구성을 살펴보면, 지하층엔 세탁실이나 자전거 보관함이 있고, 1층엔 피트니스 시설도 조금 마련되어 있는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의 공유주거 형태와 유사하죠? 그리고 커뮤니티 룸이나 테라스도 마련되서 gathering에도 신경 쓴걸 알 수 있죠.
Carmel Place가 10년전 준공된 상품이라면 최근에는 Cohabs처럼 코리빙 상품이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작은 개인실을 유지하면서 공용부를 좀 더 풍부하게 구성하고, 단기/유연 임대 형태로 마이크로한 공간과 다양한 공용콘텐츠로 커뮤니티 운영으로 주목 받고 있죠.
면적은 약 9~12제곱미터로 꽤나 작고, 금액도 1700~2000달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가구나 청소, 각종 이벤트를 포함한다는 부분도 있고, 입주 허들을 좀 낮추고 커뮤니티 유지에 더 집중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Carmel Place가 정책적으로 시도해서 만들어낸 시발점 같은 상품이라면,
Cohabs는 운영과 커뮤니티에 포커싱해 좀 더 대중적이고 트렌디하게 풀어낸 상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일본의 경우엔 어떨까요?
일단.. 일본 전체에서도 1인 가구가 3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2023년 생활형편 종합조사에 따르면 일본내 가구수는 5445만 가구이고 이 중 1인 가구가 1849만 가구로 전체의 34%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2050년 도쿄 1인 가구는 54.1%가 될거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고령화가 먼저 시작된 일본이기도 하지만, 1인 가구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는걸 알 수 있네요.
도쿄에서는 1R, 1K 원룸, 1개 치킨은 약 15~25제곱미터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원룸 같은 개념이겠죠?
쉽게 도쿄로 여행을 가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보면 방의 크기가 얼만한지 가늠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한 일본 자료에 따르면 도쿄도의 평균 주택 면적은 65.9제곱미터로 런던보단 더 작고, 홍콩보다는 더 크다는 내용도 있네요. 앞서 한국의 1인당 주거면적이 미국, 일본, 영국보다도 작다고 했는데 일본 내부적으로도 주거 시설 면적이 작다는 의견이 있나봅니다. 아, 1인당 주거면적은 저희가 더 작으니, 일본이 뭐라고 하면 안되겠네요. 그래서 자료에 없었을수도..?
그리고 임대료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나열한 내용인데,
대부분 비슷한 요소들이 많네요. 크기, 레이아웃부터 역까지의 거리 즉 직주근접이겠죠?
특히 도쿄와 같은 도심에 사는 1인 가구는 편리한 교통이나 인근의 쇼핑, 식사 등 주변 편의시설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다른 자료에서는 쇼핑, 서비스, 엑티비티와 같은 편의시설 그리고 일이나 학교, 이웃까지 걸어갈 수 있는 즉 ‘접근편의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일명 카공족이라고나 할까요? 집은 10평도 안되지만, 인근에 위치한 넓은 카페, 레스토랑, 라이브러리 같은 시설이 있다면 특히 프리랜서 같은 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겠죠?
작은 주거 면적이어도 결국 교통, 편의시설이 충족된다면 그만큼 수요가 받쳐줄 수 있습니다.
4. 왜 이렇게 비싼걸까?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인구 구조도 변화하고, 다들 편의시설이 갖춰진 중심에 살고 싶어하는건 알겠습니다.
그럼 작은 면적인데 왜 이렇게 비쌀까요?
결국, 땅값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토지는 어디로 움직이지 않죠. 부동산이 그래서 부 동산인건데요.
움직이지 않는 토지, 부동산 위에 인간이 만드는 개발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높게, 조금이라도 더 최신식으로 각종 노력을 다해 건물을 짓고,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죠.
그렇게 높아진 가격은 결국 토지 가격에 반영됩니다. 건물이란건 결국 감가상각이 있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토지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거죠.
그럼 높아진 토지가격에 높아진 인건비나 자재가 반영된 공사비를 더하면?
당연히 과거보다 더 총 개발사업비는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토지 가격이 떨어지거나, 건축 자재비나 인건비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새로 짓는 집 가격은 꾸준히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1인가구가 4인 이상 가구보다 더 많아지다보니 그에 맞는 소형평수, 작은 면적의 공간이 더 각광받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소위 ‘부대시설’ 이라는 것에 그렇게 힘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비싸고, 건축비도 높으니, 1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 공간의 절대적 면적이 늘어날 수 없습니다. 대신 더 줄어들 순 있죠. 그럼 자연스럽게 평단가가 올라가겠죠?
근데, 부대시설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명이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만약 10평 짜리 원룸 100개를 100인의 인원이 사용하는데, 부대시설이 300평이라면?
100인에게 3평씩 부대시설을 제공하는 격이 됩니다.
사실 피부로는 더 크게 느낄 수 있죠. 물리적인 부대시설 300평을 두 눈으로 보고 이용할테니 말이죠.
주거 공간의 특색을 주는 방법으로 부대시설을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절대적인 주거 공간을 늘리고 그만큼 높은 가격을 받기에 어려움이 있다보니, 부대시설로 이를 보완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입니다.
5. 3가지 이유
그렇다면, 왜 집은 작아지는데 가격이 오르는 걸까요?
첫번째, 수요 구조의 변화
앞서 국내 1인 가구 수가 곧 40%에 달한다고 말씀드렸죠?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소형 면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자산가분들은 혼자 살아도 100평을 살겠지만요..
두번째, 입지의 프리미엄
1인 가구 특성상 집이 좁아도 직주근접이나 역세권 같은 위치적 프리미엄을 선호합니다.
좁은 집 대신 넓은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죠. 즉 집의 부족한 공간적 영역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입니다.
세번째, 콘텐츠의 보완
집이 작아도 Carmel Place가 시작한 공용부 커뮤니티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부대시설이 체류 경험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결국 작은 집일 수록 브랜드, 서비스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결국 작아지는 공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작은 집이라도 입지와 콘텐츠가 좋다면 선택하시겠습니까?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