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Thrones Live Concert Experience
*드라마 내용 스포일러를 포함한 글입니다.
며칠 전에 관람하고 온 왕좌의 게임 라이브 콘서트의 감격이 여태 가시지 않았다. 끊었던 HBO를 다시 신청했고, 이미 다 아는 반전의 반전을 또 한 번 숨죽이고 시청 중이다. 매 에피소드 초반 메인 주제곡이 나올 때면 현장의 감동과 두근거림이 되살아난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의 작곡가 라민 자와디(Ramin Djawadi)가 직접 지휘를 하는 라이브 투어는 유럽을 돌아 북미를 횡단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다.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북미 초연을 마친 자와디는 내가 사는 동네로 내려오는 사이 에미상을 수상했고, 두 번째 공연의 관람객인 우리에게 이 희소식을 수줍지만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전했다. 관객들은 터져나갈 듯한 박수와 환호성으로 그를 축하했고, 그렇게 이 공연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더욱 특별해졌다.
불이 꺼지고 메인 주제곡을 시작으로 일곱 시즌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던 장면들이 편집되어 초대형 스크린에 상영되었다. 스크린 바로 앞, 오케스트라의 뒤편에는 철왕좌가 모두를 내려다보며 근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마치 레드 킵의 대회당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작은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보란 듯이 웅장하게 공연장을 가득 채웠고, 솔리스트들은 각 곡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고 평소 쉽게 보지 못하는 악기들을 연주하기도 하며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갔다. 선이 악을 물리치는 통쾌한 장면들, 잔인하고 절망적인 장면들이 차례대로 지나가면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오갔다. 대너리스가 조용하게 "Dracarys"를 외치자 그녀의 용이 거세병들의 포악한 원 소유주를 불태우는 장면이나, 피나는 수련 끝에 그녀의 스승 격인 자켄 하이가르를 뛰어넘을 만큼 성장한 아리아가 "A girl is Arya Stark from Winterfell and I'm going home."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모두 한 마음으로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내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시즌7의 마지막 장면 연주를 마치고 자와디는 "이제 마지막 곡을 연주할 건데요, 혹시 아시는 곡이라면 모두 따라 불러주세요."라고 하고는 메인 주제가를 다시 한 번 연주했다. 그의 농담은 감동에 가려져 큰 웃음을 자아내지는 못했지만 기립박수를 치던 사람들은 모두 선 채로 가사도 없는 곡을 제창했고, 스크린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우리에게 멋진 경험을 선사해준 뮤지션들의 모습이 순서대로 비쳤다. 두 시간 반 남짓의 격정적 웨스트로스 대장정은 그렇게 수미쌍관으로 막을 내렸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오케스트라의 퇴장 후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빈 무대를 향해 끊임없는 환성을 보내는 누군가가 있었고,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하고자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만히 앉아 무대와 스크린을 응시하며 기쁨과 아쉬움으로 뒤섞인 마음을 온전히 느껴보았다. 열렬했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고 나서야 나는 한쪽 팔에 공연 프로그램을 끼운 채, 사그라들지 않은 감동과 혼잡함을 뚫고 집에 갈 약간의 걱정을 함께 안고 조용히 공연장을 나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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