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 공항으로 들어갔지만 푸켓시티 쪽엔 가지 않았다. 공항 근처에서 묵으며 자전거로 비행기가 착륙하는 해변을 걷고, 가까운 번화가를 다니며 팟씨유 맛집을 찾았다.
Mama restaurant 151, 29 Rural Rd Phuket 3033, Mai Khao, Thalang District, Phuket 83110
지도를 보고, 숙소앱을 찾다가 타이무앙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멋진 숙소와 바로 옆 쩨(로컬채식) 식당에 바다도 가깝다. 검색해 보니 그곳에 다녀와서 후기를 쓴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택시 앱으로 잡은 차를 타고 삼십 분을 갔다. 작고 조용한 도시의 번화가의 눈에 띄게 멋진 건물을 보는데 거기가 우리의 목적지였다. 길가의 카페에서 체크인을 하고 안쪽의 숙소로 들어갔다. 사진만큼 멋진 방에 짐을 풀고 쩨식당에 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가 보다 했지만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쩨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다. 옆집 금은방에 물어보니 아예 문을 닫았다고 했다. 구글맵에 영업상태 수정을 요청했다.
길을 걷다 두부가 있는지 묻고 들어간 식당에서 채소볶음과 공심채볶음을 시켰다. 분명히 채식한다고 말했는데 음식에서 누린내 같은 것이 났다. 다른 식당, 바닷가 식당에 가도 가격은 어이없게 비싸면서 맛이 별로였다. 근처에 골프장이 있어서 그런가?
숙소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항상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코코넛타이티를 먹고 싶은데 오트밀크밖에 없어서 컵에 타이티샷, 시럽 조금과 얼음만 받아서 방으로 들어가 코코넛워터와 코코넛밀크를 넣고 아주 맛있는 타이티를 셀프로 만들어 마셨다. 시원하고 적당히 달달한 코코넛타이티를 마시며 주변의 식당을 검색하다 10시부터 14시까지만 운영하는 팟타이집을 찾았다. 어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넓고 정갈한 식당이 나왔다. 비건으로 요청했다. 잠시 후 작은 두부조각이 들어간 팟타이와 팟씨유가 나왔다. 가격이 저렴해서 양이 적을까 봐 곱빼기(피셋)로 주문했는데 양도 많고 무엇보다 너무 맛있어서 내 기준 세계최고 팟타이를 갱신했다. 동물을 넣지 않았다며 곱빼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격까지 깎아주셨다.
Pad Thai Bangkok
97V5+2X6, Thai Mueang, Thai Mueang District, Phang-nga 82120
길가엔 국숫집이 많았는데 물어보는 가게마다 모든 육수에 돼지가 들어갔다고 했다. 한 국숫집 주인은 저어기에 쩨식당이 있다고 했다. 알아요. 근데 거기 문 닫았어요... 태국의 다른 곳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전통 팟타이라는 말이 타이무앙에는 유난히 많이 보였다. 전통 팟타이란 고기 없이 두꺼운 생쌀면으로 만든 것으로 닭알만 빼면 비건이다. 길가의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팬에 소스를 먼저 볶다가 면을 넣어 볶고, 숙주와 부추를 넣고 볶은 다음 땅콩가루와 숙주, 부추를 한쪽에 올려주었다. 방콕 팟타이는 갈색이었는데 여기 건 붉은색이었다. 1일 1 팟타이, 1일 2 팟타이. 타이무앙에서는 팟타이를 질리도록 먹었다.
Pad Thai
97R7+Q36, Thai Mueang, Thai Mueang District, Phang-nga 82120
작은 동네지만 은행 atm, 유심, 세븐 일레븐, 빨래방 같이 대충 필요한 건 거의 다 있었다. 스쿠터렌탈만 빼고. 숙소에 렌트용 스쿠터가 있지만 당장 빌릴 수 있는 게 없었다. 동네에 택시도 없다. 일단 걸어서 바닷가로 갔다. 해변엔 수영금지 표시가 있었다. 걸어 다니기엔 날씨가 너무 가혹하게 더웠다. 동네 유일의 마사지샵에서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마사지가 끝나고 가게 앞 아기 고양이들을 보다가 마사지사한테 혹시 스쿠터 렌트할 곳을 아냐고 물었더니 “좃!” 이라고 했다. 좃...이요? 다시 “좃!!” 이라고 하시더니 데려다주겠다며 자기 스쿠터에 타라고 했다. 우린 두 명인 데요... “온리 쓰리 피플. 노 프라블럼!” 그렇게 세 사람이 탄 스쿠터는 조지네 피자집에 멈추었고, 마사지사는 쿨하게 떠났다. 피자집 직원한테 스쿠터를 빌리고 싶다고 했더니 조지로 추정되는 사장님이 나왔다. 잠시만 기다리랬는데 오래 걸려서 볶음밥을 먹었다. 스쿠터가 도착했고, 교통의 자유를 얻었다.
하루는 스쿠터를 타고 근처에 있는 폭포에 갔다. 폭포가 세 갠가 있었는데 하나만 갔다. 울창한 숲을 걷고 걸어 폭포에 도착했다. 폭포 아래쪽은 천연 수영장 모양이라 태국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이미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갔더니 태국 남자 꼬마애들이 웃으며 다가와 말린 옥수수를 우리 손에 나눠주었다. 응? 먹으라는 거니? 이거 먹어? 옥수수를 입에 넣는 시늉을 했더니 아이들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옥수수알을 손에 쥐고 물에 담갔다. 그 순간 물살이들이 그걸 먹겠다고 엄청나게 달려들었다. 나도 손가락으로 한 알을 잡고 물속에 넣었더니 물살이가 손을 물었다. 내가 너무 꽉 잡았나 보다. 나중엔 한 알씩 던졌더니 물살이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른 태국 사람은 근처 풀숲에서 뭔가를 집어와서 물살이들한테 던져줬다. 뭔가 하고 가까이서 봤더니 손을 펴서 털이 부숭한 보라색 열매를 보여주더니 나도 던지라고 나눠주었다. 이곳의 물살이들은 아무거나 던져주면 다 먹는 것일까?
Ton Phrai Waterfall
C8P5+JJ9, Pate, Thai Mueang
마지막 날 조지네 피자집에 스쿠터를 반납하고 걸어서 숙소로 가는 길에 맞은편에서 코코넛워터를 사던 마사지사를 다시 마주쳤다. “웨얼 유 고?” 오늘 카오락으로 가요! 버스 타고 가요! “델따주께 타요!” 우리는 먼저 팟타이를 먹으러 가야 한다고 했지만 그는 버스정류장으로 달렸다. 멈췄을 때 팟타이 먹으러 갈 거라고 태워줘서 고맙다니까 안 내려주고 다시 팟타이 가게 쪽까지 태워주시고는 또 쿨하게 떠났다. 타이무앙에 버스터미널은 없지만 푸켓과 수라타니를 오가는 버스가 다닌다.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흔들면 버스가 멈추고 기사가 내리면 요금을 내고, 올라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