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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뚠뚠한 D Aug 28. 2022

뚠뚠한생각 -3

나는 왜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이 글을 쓰는 데에 3번 정도 처음부터 다시 썼던 것 같다. 앞선 두 개의 글도 3~4번 정도 아예 갈아엎고 다시 썼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있는데 나름 어투나 얘기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고치게 되는 것 같다. 일주일에 최소 두 편은 업로드하고자 했던 목표는 섣부른 판단이었나 살짝 후회도 오지만, 나름 글을 쓰는 사람의 고충을 느끼는 데에 재밌기도 하고 사서 고생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나답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직업은 디자이너이다. 직업에 대한 만족감은 꽤 좋은 편이다. 물론 후배들이나 친구들과 얘기할 때 종종 내 자식은 그림을 그리게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난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이 프로젝트에 목적이나 타깃에 부합하는 컨셉을 만들었을 때, 클라이언트 저격용 포인트가 서로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때, 회심의 아이디어가 결과물의 완성도를 올렸을 때 등 만족스러운 결과물의 탄생에 내 기여도가 높을수록 디자이너로서의 자존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조용히 내 방에서 만화책의 멋있는 장면을 똑같이 그리고는 학교 친구들의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예전 생각을 하다 보니 나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걸까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좋아했던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생각을 하다 보니 부모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어릴 적 살던 동네는 흔한 주택가였는데 학교가 끝나거나 주말이면 온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는 대장놀이를 즐겼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내향적이고 낯가린다고 생각했던 거랑은 또 다른 듯하다. 한동안 유행하던 MBTI에서도 INFJ와 ENFJ를 번갈아가면 나오는데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다.


맞다.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는 걸 좋아한다.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건 지금까지는 가장 반응이 좋았던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을 계속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도 욕먹을 일도 많았고 내 부족함에 사과할 일도 많았다. 스스로의 성장이 필요했다. 성장에는 밑거름이 필요했고 내가 선택한 건 이론적인 탄탄함이었다. 그래서 강의를 듣기도 하고,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






종종 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할 때가 있다. 회사에는 양해를 구하고 평일에 진행하기도 하고 주말에 봉사활동처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시각디자인 분야의 강의를 주로 하는데 얼마 전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북디자인과 관련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합쳐서 20명 남짓정도 되었는데 중학생들한테는 시시할 수도 있지만 직접 색지를 접고 콘텐츠를 만들어 손으로 작성하여 책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했다.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 때 따로 주제를 정하지는 않았다. 내가 정하는 주제는 아무리 생각한다고 해도 요즘 아이들이 재밌어할 주제를 뽑아내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주제도 형식도 상관하지 않고 자유롭게 만들라고 했다. 대신, 책의 각 페이지별로 들어갈 내용을 미리 A4용지에 글로 정리하고 옮겨 적으라고만 했다. 총 16페이지에 걸쳐 한 줄씩만 적는 아이, 그림을 그리는 아이, 단어를 적는 아이 등등 모두 제각기 주제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책을 만들었다.


단 한 명도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가 되었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만족스러워하셨다. 아이들이 A4용지에 적어놓은 내용들은 작가들의 아이디어 노트이자 초고였다. 머릿속에 이리저리 휘몰아치는 자유로운 생각을 16페이지라는 제한된 공간에 적당한 분량으로 풀어놓기 위해 간단히 먼저 적기만 했는데도 아이들의 책은 다채로웠고 짜임새가 생겼다. 어떤 아이는 자신은 글을 쓰는 게 너무 어렵다고 그림책을 만들 거라고 했지만 내가 봤을 때 각 페이지별로 어떤 그림을 그릴지 적어놓은 글은 하나의 이야기였고 더 재밌었다.


강의를 하고,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하면서 '말'도 중요하지만 '글'의 중요성이 더 많이 다가왔다. 글은 기록이 되어 말의 근거가 되었고, 글을 잘 쓰고 나면 더 좋은 말을 할 수 있던 거였다. 말을 할 기회가 많아질수록 나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대학의 방학기간 강의를 하고 집에 가던 중에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의를 돈 받고 하지만, 내 팀원들에게도 이렇게 가르쳐준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한 팀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내가 했던 말을 정리해서 올렸다면서 보여줬던 적이 있다. 조금은 쑥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내 말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기록됨이 뿌듯했다. 그 후부터는 강의 자료라던가 업무 문서 등을 작성할 때 더 신경 쓰게 되었다. 이때에 나는 기록에 집중했었다.


최근에 책을 꽤 읽고 있다. 디자인과 브랜딩에 관련된 책 위주로 읽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엿보는 데에는 아직도 책이 가장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잘 정리된 글은 소리 보다고 더 깊숙하게 내 안에 자리 잡는 것 같다. 책을 보면서 배움이 많아질수록 나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지식들을 잘 정리해서 후배들에게 또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으로 엮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우선 씨를 뿌리고 싶었다.


 



디자인을 하고 글을 쓰고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 건 나에겐 같은 행위이다. 내 생각을 형상화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는 일이다. 그 피드백이 긍정적이길 바라지만 부족하다면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부디 중간에 포기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맞춤법 공부를 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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