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을 증명하는 지름길이 되는 승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승진은 꽤 의미 있는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마라톤과 같은 사회생활에서는 촘촘하게 다른 학교와 학년으로 구분되어 있는 학창생활 후 이직과 함께 가장 의미 있는 이벤트가 승진이 될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좀 더 높은 직급이나 직함을 갖게 되거나 임금 등의 조건의 개선, 역할의 확장 등이 수반되는 승진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각 학년을 거치고 중학교, 고등학교 이후 경쟁을 통한 대학 진학, 대학에서의 학년을 다시 마치고 또 남자의 경우 군대에서 훈련병부터 시작하여 이병부터 병장까지의 단계를 거친 후에 신입사원에 이르기 까지, 마치 게임의 각 단계를 클리어하는 듯 한 여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관성도 부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또 다음 단계로의 이동을 꿈꾸고 열망하기도 합니다.
최근에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41% 정도 (남성의 경우 63.4%)가 임원급까지 승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파이낸셜 뉴스, http://www.fnnews.com/news/201803070847059304) 흔히 사회적 기준으로 볼 때 "이사"를 임원급으로 본 다면 일반적 기업의 기준으로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다섯 단계를 거친 후에 임원급이 된다고 가정하고 대략 20년 정도가 소요된다면 각 단계별로 4년 정도의 여정을 통해 임원에 도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년이라면 중학교나 고등학교 전체 기간 보다도 더 긴 기간을 하나의 직급에 머물러야 한다니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벌어지지는 않고 경쟁을 통해 주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기업 기준으로 할 때 회사에 입사하여 나중에 임원이 될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요? 아마 높지 않을 것이라 다들 짐작을 하시겠지만 얼마 전에 조사된 결과에 의하면 남성의 경우 0.87% 여성은 0.06%이라고 합니다. (뉴시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1022_0013246836&cID=10402&pID=10400) 그러면 나머지 99%에게는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요?
승진과 관련해서 알려진 이론 중에 하나는 피터의 법칙입니다. 1969년 로렌스 피터 교수가 발표한 경영 이론 중 하나인데요, 계층적 질서가 있는 조직에서 사람은 자신의 무능력 해 질 때까지 승진한다는 이론입니다. 승진이 어떤 단계에서의 성공에 대해 주어지는 것이라면 필연적으로 그다음의 단계에서는 더 어려운 과업이나 임무가 부여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하여 실패할 때까지 승진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피터의 법칙에는 사실 오싹할 만큼 냉혹한 현실입니다. 사업의 성과를 중요시해야 하는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무능한 사람을 오랜 기간 어떤 자리에 유지시킬 수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여러 속임수나 운 등이 따르더라도 많은 사람들을 오랜 기간 동안 속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무능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숨길 수 없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궁극적인 무능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는 누구나 위기나 도전에 대응하여 사용하는 자신의 역량들을 세트처럼 묶여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역량의 묶음들은 오랜 기간을 통해 습득된 것으로 여러 번 여러 위기나 기회의 순간에 성과를 내고 원하는 결과를 창출하는 데 성공적 기여를 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역량들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확신이 생기게 되고 반복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나 성과를 내야 할 때에 사용하게 됩니다. 승진이라는 것은 나와 나의 역량들은 그대로 두고 외부 환경을 새롭게 부여합니다. 따라서 승진은 새로운 도전과 과제를 부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혹은 필연적으로 사람은 이런 도전에 자신의 강점이었던, 이전에 성공을 부여한 역량들을 다시 활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정치인이 매우 큰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항상 정치적 위기를 타파해 나가 성공적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져 대통령이 되었다면, 만약 큰 위기나 어려운 과제가 부여되었을 때에 자신이 이전에 성공했던 추진력과 돌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할 것입니다. 완벽하게 바뀐 환경과 도전 과제 속에 매우 높은 확률로 이런 시도들은 큰 실패를 겪게 되고 결국 이 정치인은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게 됩니다.
특히 승진이라는 요인을 생각할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승진이 주는 이득에 대해서 생각하지 그와 함께 오는 책임과 도전의 크기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승진을 목표로 하지 그 이후의 성공에 대한 고민이나 준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승진 이후에 필요한 역량과 노하우가 지금의 직무에서 요구되는 것보다 몇 배나 클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은 결국 무능함을 증명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 승진을 목표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성공적인 경력개발을 위해서 적절한 목표는 승진 이후의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 위에서 조사된 것처럼 임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실제 필요한 목표는 임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임원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역량과 노하우, 네트워크 및 스킬의 향상이라는 목표를 삼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은 필수적입니다.
또한 승진에 대해서는 속도에 대한 집착을 버릴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관성으로, 또 사회적 경쟁으로 승진과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속도에 대한 관심, 즉 빨리 승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빠른 승진은 결국 빠르게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승진 이후 성공을 위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습득할 기회도 없이 빠르게 올라간다면 더 많은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승진 이후의 실패의 비용은 훨씬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최근의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들의 구조는 점점 더 계층을 없애고 단순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층층이 운영되던 국문 직급제를 없애고 조직을 3~4단계로 단순화시키는 경향은 더 복잡해지는 외부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자연적인 변화이기도 합니다. 이제 조직에서는 이전 개념의 여러 단계의 승진, 같은 업무를 하면서 계속 직급이 올라가는 등의 일들은 점점 보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전보다 훨씬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경력관리가 필요하며 자칫 승진으로 인하여 경력이 망가져 버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여전히 승진은 직장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벤트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조직들이 더욱 변화할 것이며 상위 직급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속도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력개발에 필요한 요인들을 세심하게 준비하며 신중하게 다음 단계를 선택해야 지속 가능한 경력개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