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잘 되었다고 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굳이 라이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사 동기나 가까운 선후배 등 주변에서 빨리 승진을 하거나 혹은 소위 좋은 자리 나 역할을 나보다 먼저 맡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럴만한 노력을 했거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라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 생각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 일로 내가 속상하기도 하고 배도 아플 수 있으며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조직이나 사회의 기준에도 불만이 생겨 그 불공평함에 참기 힘든 경우도 발생합니다.
정도에 따라 그런 감정이 더 강화가 되면 좀 더 깊은 심리적 어려움에 빠지게 되어 객관적 시각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본인의 커리어에 치명적 결정을 하거나 성과가 심각하게 저하되는 경우들도 직접 인사관리를 하며 목격한 적이 꽤 있습니다.
이런 감정들은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더 심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해외에서 인사관리를 할 때에 보면 유독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 민감하고 촘촘하게 나이를 따지며 외국인들 속에서도 타인에 대해 세세하게 조건들이나 환경들을 비교하며 따지는 경우들을 많이 목격하였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오피스에는 20개국 정도의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근무를 했었는데 신규 입사자가 있을 때 저에게 "새로 온 사람 몇 살이죠?"부터 확인을 하며 그 나이와 직급 등을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은 한국사람뿐이었습니다.
서로 간의 비교에 민감한 한국사회의 특징은 농경사회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되고는 합니다. 농사는 대부분 한 지역에 계속하여 정착을 하고 그러다 보면 한 마을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함께 살며 옆집의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게 되며 서로의 작고 민감한 변화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개발되었습니다. 매서운 겨울이 있는 사계절의 환경은 보릿고개를 넘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한 혹독한 환경을 제공하여 더욱이 서로의 상황과 변화에 민감하고 경쟁하도록 발달해 온 것이 우리가 유독 비교를 잘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이 비교와 관련된 중요 사실은 다른 사람의 승진에 민감한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아마 저의 조상님들은 다들 그런 비교들을 잘 하셔서 생존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셨고 저는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연스러운 타인과 비교의 습관을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추한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 긍정적 영향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은 우리를 잘 운영하기 위한 도구이며 분명 우리에게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존재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농사를 지으며 살지 않고 같은 마을에서 같은 사람과 마주치며 살아가지 않으며 보릿고개를 넘길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에게도 변화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실용적 관점에서 따져본다면 과연 이런 비교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은 우리에게 유용한 것일까요?
긍정심리학자들은 불행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자신보다 더 조건이 나은 사람과 항상 비교하는 생각의 습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반대로 행복한 사람들은 항상 자신보다 못한 사람보다 비교를 하며 삶에 대해 만족을 느낄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조사를 해 보니 행복한 사람들은 비교 자체를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그 질문 조차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다양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현대인에게 이런 비교가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것이며 이제는 행복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스티브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책에서 풍요의 심리와 빈곡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풍요의 심리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에는 우리 모두가 각각 가질 만큼의 자원이 있다고 보는 것이고 빈곤의 심리는 누군가 무엇을 하나 가져가면 내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즉 전자는 파이를 나누면 나눌수록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이고 후자는 누군가 한쪽을 먹으면 그만큼이 사라진다는 관점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을까요? 아마 불과 얼마 전까지는 우리의 빈곡의 심리가 우리를 열심히 일하고 최선을 다하며 힘껏 경쟁하게 이끌어 왔을 것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모든 정보의 자원들이 공유되며 그 유용성이 커지는 시너지의 시대입니다. 지금 빈곡의 심리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아니면 풍요의 심리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자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현재 겪고 있는 비교의 문제가 있다면 한번 풍요의 심리를 전제로 하여 그 상황을 다시 바라보는 연습도 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주변의 누군가가 아주 잘 되어 배가 좀 아플 때, 특히 정당하지 않거나 실력이 없고 혹은 속임수나 그저 운으로 어떤 엄청난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되어 신경이 쓰일 때마다 저에게 주지시키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속일 수는 없다"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저는 아직까지 예외를 보지 못했습니다. 일시적인 성공으로 보여도 튼실한 기반이 없는 경우에는 결국 오래가지 못한 채 탄로 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앞선 글 중 승진을 원하십니까?라는 글에서 적은 것처럼 그런 행운으로 인해 더 빨리 무능함이 드러나는 사람들을 목격하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의 스냅샷(snap shot)으로 보면 그게 불공정해 보이고 모든 것은 운인 것 같고 나쁜 사람이 성공하는 듯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체의 스토리를 보면 그렇게 되지 않으며 성실함이나 노력, 진실함이 더 잘된다는 확신을 저 나름 경험을 통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또 다르게 생각해야 할 부분은 그 사람이 내가 모르는 다른 강점을 무엇인가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보지 못한 역량이나 혹은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부분들이 실제 세상에서는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배움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내가 가진 역량에서 더 추가로 배울 수 있는 점을 확인하고 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 또한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회사 생활은 고령화 시대와 함께 이제 이전보다 훨씬 더 길게 뛰어야 할 각오가 필요한 마라톤입니다. 이 코스에서 내가 나의 트랙대로 페이스에 맞춰 잘 뛰고 있는 와중에 누가 나를 갑자기 앞질러 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휑하니 앞으로 간다 해도 나의 투지와 여정을 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내 앞뒤로 어떤 사람들이 오가더라도 내가 온 길과 또 내가 가야 할 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