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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27. 2020

인생은 선택의 연속

빨간약 vs 파란약

한국으로 귀국하던 2월 24일


캐나다는 아직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라 심각성을 못 느끼고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소독제와 마스크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중국인들의 사재기로 인해 1월부터 이미 일찌감치 품절되어버린 탓이다.


신천지 집단감염으로 한창 나라가 떠들썩한 시기에 귀국하게 되어 당장이라도 비행기를 환불하고 캐나다에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플랜 B는 차치하고 모든 귀국 준비를 다 해버린 상황이라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 빼고 캐나다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결국 돌아왔다. 귀국 전 세워놨던 계획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한 달가량 지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비상체제가 발동되었다.


텅 비어버린 로비. 평소엔 주문줄로 가득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에게 꼭 살아남으라며 걱정해주던 코워커들이 오히려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일하던 매장은 포장된 음식만 팔더니 그마저도 중지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하루아침에 모두 백수가 되어버렸다. 내가 그만둔 후 들어온 한국인 파트너는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백인한테 침을 맞았다고 한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러게 다른 나라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동안 진작 준비를 했으면 됐잖아? 물론 쿨병 걸린 그들 귀에 들릴 일은 없겠지만.


4월부터는 밴쿠버 - 인천을 오가는 비행기도 휴항 예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지금 남아있는 항공편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


만약 2월 말, 한국에 올 엄두가 안나 관광비자를 받고 연장해서 지냈다면 내 인생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지 궁금하다. 아마 무기한 자가격리에 들어가 하루 종일 넷플릭스만 봤겠지.

평행우주에 있는 또 다른 나의 캐나다 생활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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