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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명확한 장래희망이 없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딱히 유별나게 잘하는 것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처럼 꿈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다만 결핍에서 오는 욕구는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말 처음 핸드폰을 갖게 되면서 별안간 핸드폰에 꽂혀 회사별 기기명, 스펙을 줄줄 외우고 나중에 대리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하루 종일 만질 수 있으니까. 고등학교 시절엔 화장품에 꽂혀 종류별로 몇십 개씩 수집해가며 뷰티 블로거 혹은 해당 직업을 갖고 싶어 했다. 나름 성인이 된 후 블로그를 운영하긴 했지만 쓸 만큼 써보고 더 이상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니 화장품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큰일이 났다. 공부 욕심도 없는 탓에 하고 싶은 만큼만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갔다. 고등학교 때 소셜 네트워크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아 IT 복수전공을 하다가 막 학기 때 계산이 꼬여 부전공으로 내린 게 잘못이었을까 졸업이 다가올수록 앞으로 남은 인생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말 어렸지만, 인생 최대의 고민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