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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기가 나한테 목표가 뭐냐고 물어봤다. 나는 당당히 제 목표는 백수예요 라고 했고 생각지 못한 답변이었는지 그는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치만 난 진심인데. 나에게 일은 그냥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인정받는 다고 해도 사실 나에겐 큰 의미가 없다. 나중에 잘 살아가기 위한, 행복한 백수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
아무튼 막 학기, 24살의 나는 졸업 전에 취업을 못하면 뒤쳐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여 취업공고가 올라오는 회사마다 일단 찔러 넣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취업은 하고 싶지만 또 취업 준비는 열심히 하고 싶지 않았다. 전형적인 회피형의 모습이 바로 이때 절실히 드러났다. 미친 듯이 준비했는데 안되면 괴로울 것 같아 적당히 서류만 써서 내면 될 것 같아 보이는 회사들만 찾아봤다. 이런 내 모습이 너무 싫었지만 끝없는 자기 합리화 덕분에 (현재까지) 그 흔하디 흔한 인적성 시험공부도 해본 적이 없다. 글을 읽는 취준생의 입장에선 짜증 나겠지만 운이 좋게도(?) 졸업 후 한 달 뒤 취업이 되어 진짜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물론 원하는 직무인지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백수를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컸으니까.
아마 여기까지 읽었다면 첫 문단에서의 내 목표 선언이 또 다른 회피임을 눈치챘을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분야에서 인정을 받거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다가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겁에 휩싸여 일을 단순한 수단처럼 포장해 버렸다. 사실은 그보다 크고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하지만 이제 그냥 내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사는 것도 제법 나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