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워킹맘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은 미션임파서블이다.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지만,
잠들 때가 되면 침대에 누워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핑 돌 때가 종종 있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느라 부은 내 발이,
내내 동동대느라 부산했던 내 마음이 가여워서.
살면서 가장 복잡하고 버거운 시간이 흘러 간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버거움을 안고 살아 가다보니
어지간한 복잡함들은 우습게 보인다.
고난이 의미있는 이유이다.
엄마도 처음, 워킹맘도 처음이라
아직 서투른 나이지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숙련자일테니까 괜찮다.
오늘의 나야, 고생했어!
#2
별일 없으면
칼국수 사줄테니까 나가자!
라는 교장선생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집에 꼭 다녀와야 한다 답했다.
점심시간에 내가 찾은 곳은
집이 아니라
마라탕집.
25일 점심은 마라샹궈에 도전해볼 거야!
3일 전부터 동그라미 쳐놨던 날.
온전히 요리의 맛을 느껴보고 싶을 때에는
꼭 혼자 먹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켰다.
태어나서 마라샹궈를 처음 먹는데,
맛집에서 오래 기다리다가 딱 한 입 뜨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입 안 가득 행복을 물고 한참을 씹었다.
내가 필요한 건
미슐랭 식당의 음식도 아니고,
교장샘이 사주는 공짜 칼국수도 아닌,
그저 내 입안에 집중할 수 있는
온전히 혼자 먹는 요리가 필요하다.
그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때론 주변의 제안도 단칼에 거절해야 할 만큼.
돌아오는 길에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에 들러
핸드드립 커피를 포장해왔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차 안에서 홀짝 대며
책을 읽었다.
햇살은 노곤노곤 따끈하고,
커피는 입안에서 녹는다.
활자들은 눈에서 춤을 춘다.
고작 그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오늘 이후의 시간을 살아낼 에너지를 꽉 채워줬다.
내 행복 버튼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40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나는 나를 공부 중이다.
실험하고, 실패하며, 또 공부해본다.
오늘 실험은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