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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an 25. 2024

1월 25일의 기록


#1

워킹맘에게 주어지는 24시간은 미션임파서블이다.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지만,

잠들 때가 되면 침대에 누워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핑 돌 때가 종종 있다.

하루종일 종종거리느라 부은 내 발이,

내내 동동대느라 부산했던 내 마음이 가여워서.

살면서 가장 복잡하고 버거운 시간이 흘러 간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 버거움을 안고 살아 가다보니

어지간한 복잡함들은 우습게 보인다.

고난이 의미있는 이유이다.


엄마도 처음, 워킹맘도 처음이라

아직 서투른 나이지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숙련자일테니까 괜찮다.

오늘의 나야, 고생했어!


#2

별일 없으면

칼국수 사줄테니까 나가자!

라는 교장선생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고(?)

집에 꼭 다녀와야 한다 답했다.


점심시간에 내가 찾은 곳은

집이 아니라

마라탕집.


25일 점심은 마라샹궈에 도전해볼 거야!

3일 전부터 동그라미 쳐놨던 날.

온전히 요리의 맛을 느껴보고 싶을 때에는

꼭 혼자 먹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켰다.


태어나서 마라샹궈를 처음 먹는데,

맛집에서 오래 기다리다가 딱 한 입 뜨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입 안 가득 행복을 물고 한참을 씹었다.


내가 필요한 건

미슐랭 식당의 음식도 아니고,

교장샘이 사주는 공짜 칼국수도 아닌,

그저 내 입안에 집중할 수 있는

온전히 혼자 먹는 요리가 필요하다.


그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때론 주변의 제안도 단칼에 거절해야 할 만큼.


돌아오는 길에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에 들러

핸드드립 커피를 포장해왔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차 안에서 홀짝 대며

책을 읽었다.


햇살은 노곤노곤 따끈하고,

커피는 입안에서 녹는다.

활자들은 눈에서 춤을 춘다.


고작 그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오늘 이후의 시간을 살아낼 에너지를 꽉 채워줬다.


내 행복 버튼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40이 다 되어가도록

여전히 나는 나를 공부 중이다.

실험하고, 실패하며, 또 공부해본다.


오늘 실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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