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 유치부 아이들의 여름을 위해
간이 수영장을 청소하느라
고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하늘을 바라보니 도저히 돌아갈 수 없었다.
가던 길에 차를 돌려
평소 즐겨 먹는 단골 카페에서
말차 라떼를 시켰다.
달달한 말차 라떼를 홀짝이며
차 안에서
비 갠 뒤의 청량한 하늘이 뽐내는 노을쇼를 구경했다.
하와이도, 몰디브도 아닌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 같다.
좀전까지도 마구 쏟아지던 빗줄기가 지나고
거짓말 같은 파란 하늘은
말그대로 반칙이다.
고난 뒤에 반드시 기쁨이 오는 것을 닮았다.
나에게도 늘 고난 뒤에는
거짓말 같은 기쁨이 왔다.
고난을 벗어난 기쁨,
고난이 있기 전까지는 소중함을 몰랐던,
당연했던 것들의 안 당연함,
그래서 오는 기쁨.
비온 뒤의 하늘은 반칙이다.
고난 뒤에 오는 기쁨의 달달함도 반칙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늘 버겁고 무겁지만,
일부러 하나씩 꼭 찾아보는 작은 기쁨과 행복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
깊은 기쁨과 넓은 슬픔.
그 어드메에서 오늘도 콩닥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