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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n 24. 2024

특별하지 않은 오늘 밤

어제 내 글을 읽고 부러워하셨던 분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절대 그럴 필요 없다 전하고 싶다. 다녀와서 현실로 복귀한 나는 어제의 기쁨만큼 비등한 고단함과 불편함을 또 맛보아야 하니. 삶이란 원래 그런 게 아닐까. 빛과 어두움이 시소 놀이를 하며 균형을 맞춰 가는 것. 어제의 기쁨을 시샘하듯 흘러간 오늘의 하루는 점점이 이어지는 허들을 뛰어 넘어야 하는 장애물 달리기 같았다. 그 모든 걸 넘어선 뒤 침대에 누워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다시금 시소는 빛쪽으로 넘어온 듯 하다.


싱어송라이터들의 공연을 실제로 보는 일은 참 충격적이다. 자기 이야기를 자기가 만든 가락에 맞추어 읍조리는 그 생생한 팔딱거림을 느끼는 순간, 음악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것 같달까. 유명한 가수, 대공연만 볼 것이 아니다. 소극장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만든 곡을 부르는 가수의 공연을 꼭 한 번 가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정말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일테니.

 

창문을 여니 개구리 소리가 한창이다. 개구리 소리 위로 내가 틀어놓은 초승의 호수라는 곡이 서서히 덮인다. 이분은 음색, 목소리의 깊이와 완급 조절이 기가 막혀서 듣고 있다 보면 잔잔히 홀리는 느낌이 든다.


익숙하고 포근한 나의 침대에서,

여름에 가장 듣고 싶은 소리인 개구리 소리 속에,

최근 가장 많이 듣는 가수 초승의 노래,

배 위에는 최근 좋아하는 에세이책,

손에는 내가 글을 쓰는 통로인 브런치가 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몰디브, 하와이, 호주, 뉴질랜드…..

지상 낙원에 여러 번 가보았던 사람으로서 느낀 것들이 있다. 이 세상 그 어떤 비경이 있다 해도, 아무리 아름답고 세련된 호텔에 누워 있어도, 내가 나고 자란 곳의 익숙함, 편안함을 넘어설 순 없다는 것. 이제 그런 걸 깨닫는 나이가 되니 예전처럼 여행이 막 고프진 않다. 그저 내가 머물고 있는 나의 집을 쾌적하게 관리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알콩달콩 쓰다듬어가며 사는 삶이 여행보다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할까.


나이 들었다는 건 그런 거 같다. 허세 부리지 않고 그저 내가 가장 편안한 방법을 취하는 것. 남들이 좋다해도 내가 싫으면 소용 없다는 것. 어제처럼 특별하지 않은데도 오늘 밤 내가 다시 행복한 이유이다.


나는 내가 원했던 어른으로 무리 없이 늙어가는 거 같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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