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의 공연은
정밀아 유니버스에 푹 젖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화하듯 노래하는 느낌,
깊은 사색이 담긴 시 같은 가사,
잔잔하고 부드러운 포크 선율.
그녀는 자신이 쓴 가락과 가사로
질끈 묶은 머리와 하얀 티셔츠에
기타를 메고 동개동개 노래 불렀습니다.
공연장 모든 소리가 그녀를 나타내고 있었어요.
자신에게 가장 맞는 음악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녀가 부러웠습니다.
가수를 정의해야 한다면
이렇게 음과 언어로 자신의 영혼을
한 음 한 음 펼쳐가는 사람이 아닐까요.
생각해보니 오늘 한 끼밖에 먹지 못했어요.
아까 그 타코가 최초이자 최후의 식사였습니다.
아마도 오늘은 혼자 생각의 길을 걸어가느라
다른 생각을 못했던 거 같아요.
모든 감각을 세워서
자연과 주변을 바라보고 골똘히 사색하려면
명료함이 필요한데,
때론 공복이 명료함의 열쇠가 되어주거든요.
지난 몇 달 오래 아팠던 거 같습니다.
사랑 받고 사랑 주었던 봄날의 햇살 같은 관계들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틀을 짜며 생활하는 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작은 솜털 같은 주제에
어디든 날아가
마침내 노오란 꽃을 피우는 민들레처럼.
부서질듯 여린 주제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단단히 뿌리내리는.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도
안 어울리는 다정함으로 말을 거는.
저만의 방식으로 저의 길을 가자고
이제서야 마음을 먹습니다.
오래 울었던 제 마음은
솜털이 날아오고 한 개의 뿌리를 겨우 내린
그 순간이었나봐요.
이제 뿌리 내렸으니 딱 저 같은 꽃을 피워야죠.
오늘 하루는
그런 선전 포고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실컷 울었느니 내 길을 가겠어.
큰 소리로 말하고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목소리들은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바깥으로 과도하게 표출된 에너지는
공허한 내면을 말해주는 것이니까.
조용해도 내 갈 길 가는 것이
더 알찬 내면을 가진 것이라며
혼자 정신 승리 해봅니다.
정밀아의 노래를 듣다가
그래서 너는 어떤 사람이니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방랑자.
진정한 나란 사람은 무엇일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는 방식은 무엇일까.
내가 나로서 주변을 사랑하는 길은 무엇일까.
힘껏 사랑하고 도와주는 사람으로 살길.
바보 같아도 어느 순간에도 다정하길.
내가 몸 담고 있는 곳의 평화를 온몸으로 사수하길.
나를 닮은 하루는
본질에 더 가까운 나를 만듭니다.
오늘도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섰음에 감사해요.
+ 한 번에 반했던 정밀아의 곡을 함께 올립니다.
나만의 가수를 가진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 생각해요.
https://youtu.be/pOWiZOty5w0?si=inVnCYtfi7ZnptY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