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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빗소리 Jun 22. 2024

나를 닮은 하루, 나를 만드는 하루 (1)

고독, 커피, 책, 정밀아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앞에 있다면

그에게 열과 성의를 다해 집중해야 하는 성격이라

만남 이후에는 진이 빠집니다.

내 마음은 1인 식탁 같은 곳.

나 아니면 그 누군가 한 명을 둡니다.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한 건 맞지만,

비율상 그에 3배 넘는 시간은 고독으로 채워야

삶의 균형이 비로소 맞춰집니다.


오늘은 나를 닮은 하루를 보내는 날.

온전히 혼자 사색하고, 혼자 지냅니다.

이날을 위해

며칠의 홀로 육아를 거뜬히 감내했습니다.


정밀아씨의 노래를 우연히 들은 건 지난 4월.

서술이란 곡이었는데,

유튜브 뮤직 알고리즘이 데려다준 노래였습니다.

어스름 해가 지는 시점이었는데,

우연히 귀에 다가오는 가사가 깊었습니다.

뭐지?

두 번, 세 번 들었습니다.

벅찬 마음에 밴드 카톡방에도 올렸습니다.

‘너무 좋지 않나요?’


며칠 그녀의 노래를 양식 삼아

삼시세끼를 취하다

결국 그녀를 검색했고,

6월에 단독 공연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스케줄의 고민 없이 일단 예매했습니다.


공연을 못 가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징검다리를 건너듯

조심조심 하루를 건넜고

오늘 드디어 그녀의 공연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공연장에 도착하기까지의 순간들.

맛집 검색을 한참 했지만, 결국 너무 허기가 져서 고속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타코집에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멕시코 음악이 흥겨운 곳에서 낯선 음식을 먹으며 생경한 느낌에 한껏 취했습니다.



커피 맛집도 검색했으나 교통 체증으로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공연장에 미리 도착하여 근처를 돌다 우연히 찾은 카페. 제가 좋아하는 초록 나무가 가득하여 들어가기 전부터 설레였습니다. 주변이 나무로 가득찬 카페를 가장 좋아하는데 우연히 이런 곳을 찾게 되다니 선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음에도 이곳에 또 오고 싶네요.비가 와서 더 싱그러웠습니다.



이 집에서 제일 비싼 에디오피아 시다마 드립커피를 덜컥 시켰습니다. 3시간 넘게 왔는데 뱃 속에 기념품 하나를 품고 가고 싶었어요. 커피는 향긋하고 풍부했습니다. 귀한 코스 요리를 먹듯 야금야금 한 입씩 음미했습니다.



한 사람의 서재를 돌아보는 일은 그의 성향을 알게 되는 일이래요. 오늘의 서울행을 위해 저는 6권의 책을 차곡차곡 담아 왔고, 그 중 4권의 책을 한 입씩 맛보았습니다. 훌륭한 부페에 온 것처럼. 개인적으로 가벼운 점심이란 소설이 꽤나 신선하고 놀랍게 다가왔어요. 다른 책들은 그저 따뜻하고 사랑스러워서 원래 먹는 집밥을 먹듯 편안히 읽었습니다.


정밀아, 초여름의 물결.

이곳은 300여명이 앉는 작은 소공연장입니다. 아이유 콘서트에 비하면 작은 규모일지라도 공연장 가득 채워진 그녀를 아끼는 애정은 대형 콘서트와 비슷할 거라 가늠해요. 이곳에서 그녀의 목소리, 세션의 어우러짐을 현장감 가득히 느낄 생각에 두근거립니다.


나를 닮은 하루는 좀 더 분명한 색깔을 지닌 나를 만듭니다. 정밀아의 공연 후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 써내려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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