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이 종말을 맞고 있다. 스마트폰을 열어 몇 글자만 입력하면 원하는 답을 언제든 얻을 수 있는 세상. 대화는 점차 단절되고 있다. 굳이 말을 섞지 않아도 정보는 손에 들어오니, 사람들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여 나간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있다. 소모적인 대화를 피하고, 내가 원하는 사람과만 이야기를 나누려는 성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란 곧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게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은, 확고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고, 나의 말을 경청해 주는 사람도 물론 반갑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속에 오래 남는 대화를 선물해 주는 이는 언제나 자기 취향이 선명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렷이 알고, 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쌓아둔 사람과는 깊고도 풍성한 대화가 이어진다. 특히 그 취향과 생각을 글로까지 풀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와의 대화는 더욱 근사해진다. 나는 이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떠들게 된다.
‘정보’는 명사에 머무르지만 ‘생각’은 형용사가 된다. 좋은 정보는 검색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좋은 생각은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좋은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인생의 귀인이다. 그런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