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앞으로만 XX 빠르게 갈 뿐이다.
'직장인의 시간'이라는 주제를 잡고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금요일에는 칼퇴를 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 나 자신과,
정작 칼퇴 후 밖에서 지인들과 저녁만 먹고
집에 돌아와 소파에서 정신없이
잠이 들어버린 내 모습과,
눈을 떴더니 어느새
5월 1일의 새벽 4시 30분이었다는 사실과,
내가 마지막으로 글을 쓴 것이
거의 5개월 전이었다는 소름돋는 이유 때문이다.
글을 쓰고 싶을 때만 써재끼는 나로서는,
어쩌면 브런치 글의 빈도가 내 삶의 여유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만성적인 공포를 갖고 있는 나는,
매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에 절규를 하지만
이렇게 크게 호흡을 하고 돌아봤을 때,
1년의 절반이 흘러가버린 것을 새삼 깨닫게 되면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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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겐 저마다의
"Inner Circle"이라는 것이 있다.
어엿한 직장인이 되고 1년 반 정도가 된 지금,
나의 Inner Circle에는 어느정도
확실한 변화가 있었다.
졸업한 이후, 연고도 없는 좁은 서울 땅을 떠나면서
자주 만나던 사람들의 대상이 분명히 바뀌게 된 것.
내 인간관계의 닻과 같이 무거운 중심을 잡고 있는
소중한 이들은 주기적으로 시간을 맞춰서
만나기는 하지만, 회사 일이 바빠
평일에 약속을 잡지 못하게 되다 보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은 한정적이다.
근래에 들어서는 비슷한 환경에 놓여있고,
나의 처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동네 직장 동료들을 누구보다 더 자주 만나고 있다.
이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저마다의 환경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입사한
사람들이라 스스로가 자주 겸손해지게 된다는 것과,
대단한 열정과 꿈을 지닌 이들이 입사 후
"나는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조금씩, 색깔은 다르지만 동일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잘 모르겠으나,
현재 내가 설계한 내 미래의 프레임워크는
크게 2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1. 커리어에 대한 성장
2. 커리어 밖, 나 자신으로서의 성장
1과 2는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언뜻 같아 보이기도 하고,
분명히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나는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위 2가지 프레임워크에
각각 나누어 대입해 보았다.
과거 내 글을 읽어봤다면 알겠지만,
나는 내 20대의 전부를 내 커리어의 '방향성'을
찾는 데에만 몰두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1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은 또 다른 것이다.)
나는 분명히 서비스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실제로 내 해결책이 데이터로 검증되었을 때
짜릿함을 느낀다.
하지만 개발과 디자인 빼고 다 하는 게
기획자라는 말이 있듯이,
수 없이 쏟아지는 회사 일이
어떻게 다 내가 좋아하고,
커리어의 성장에 도움되는 일만 있겠는가.
여러 곳에서 인턴을 해보기도 했고,
주변의 여러 회사, 부서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현재 내가 몸 담고 있는 팀은
생각보다 매우 데이터 드리븐 조직이라는 것에
꽤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투입되고 있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장을 이루어 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내 회사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1번의 마지막 문단에서 나는,
"투입되고 있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라는
문장을 썼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2번,
커리어 밖의 생활과 연결된다.
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획자라는 직무에 열정이 있지만
커리어가 내 인생 전체를
정의하도록 두고 싶지는 않다.
중장기적으로 미래에 훌륭한 PO가 되고 싶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일 외에 다양한 창작 활동이나
내 Comfort Zone을 벗어난
크고 작은 도전들을 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하루에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전부 일에만 바치는 것은
단기적으로 커리어의 성장과
몸 담은 회사에 큰 효율을 가져다 줄지 모르겠으나,
이는 결코 지속 가능한 모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커리어 밖에서의 나를
잘 챙길 수 있어야 비로소 일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업무량이 많다보니 저녁 늦게,
혹은 새벽까지 업무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내일의 업무에 대한 생각에
맘 편히 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노오오력충인 내가
더 노오오력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계발의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정신적 부채에 시달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 노력의 범주와는 다른 영역에 있는
문제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밤늦게 업무에 몰두하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다.
하지만, 커리어 밖의 내 성장이
멈추고 있다는 것에는 분명 두려움을 느낀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직장 내 커리어가 전부가 아닌 세상이 왔다.
젊었을 때 더 많은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조금씩 좁아지고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인생을 길게 늘여놓고 보면,
내 커리어는 고작 1년 반 밖에 되지 않았고,
사실 인생의 여러 phase에 있어,
지금은 구르고 또 깨져야만 하는
필수 불가결한 단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내가 무엇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분명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어지간히 잘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확신은 있다.
오만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하나에 꽂히면 정말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므로.
1. 커리어의 성장 = 100% 중 63% 정도 만족
2. 커리어 밖, 나 자신으로서의 성장
= 100% 중 18% 정도 만족
하지만 위에 정리한 내용은,
"나는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좋은 답이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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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기획자로서의 나를 떠나,
삶에 있어서도 참 좋아하는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아무리 고민해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아무리 고민해도
"나는 지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으므로,
어쩌면 정말 질문이 잘못되었을 수 있겠다.
새벽 4시 30분이 한참 지나 아침이 밝아 온 현재,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옳은 방향'이란 대관절 무엇이고,
누가 정의할 수 있는 것인가?
'옳은 방향'이란 어쩌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며,
사실 어떤 길이든 간에,
지금 우리가 선택해서 걷고있는 이 방향이
유일한 옳은 방향이 아닐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우리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직장인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오로지 더 나은, 다음 선택의 활을
신중히 겨누고 또 겨눠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