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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담아 Feb 19. 2024

[잡동산이] 어쩔 수가 없다

- 생활 속에 소소함을 담은 글

글은 부지런해야 쓴다. 끈기가 있어야 한다.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일정하게 써야 좋은 작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도 실천이 안된다. 그래도 마냥 내 방을 놀릴 수는 없어서 가벼운 글 한 편 써서 올린다.


p의 새해 결심


소위 MBTI로 나는 P형이다. 지금까지 엄벙덤벙 실수투성이 생활을 그럭저럭 잘 '카바'치며 살아왔다. 

예로 든다면 뜨개질을 해 하나를 완성하고 나면 꼭 코 빠진 곳이 보인다든가, 오타수정을 몇 번 해도 또 오타가 있다든가. 그러려니 하고 땜방을 하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 실수를 카바치려면 말하자면 일을 두세 번 다시 하고, 갔던 길 되돌아갔다 오고 뭐 이런 일들에 기력이 달린다. 

 

2024년 1월이 되자 p인 내가 새해 결심을 했다. 누구나 하는 결심이란 것을 나도 했다. P를 '극뽁'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준비물 미리할 일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깜박 잊거나 빠뜨리지 않게 '체계적으로' 계획스러운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쩔 수가 없다


며칠 후, 그날은 병원을 가야 하는 날이었다. 지난 번 병원에 마스크를 안 쓰고 갔다가 '마스크 쓰고 오세요'란 간호사 말에 편의점까지 가서 사서 쓰고 오느라 진료가 늦어졌던 것을 기억했다. 

'마스크, 마스크, 잊지 말자 마스크.'


화장을 하면서 하루 동선을 생각하다가 기특한 생각이 떠올랐다. 

'마스크를 쓰면 아래얼굴이 안보이겠네'

'볼 위로만 화장을 해도? 되겠군!'

눈썹은 찐하게, 볼까지 허옇게 분칠 하고, 턱주변부터 입술연지는 안발라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신이 났다. 날마다 화정을 한다는 건 사실 매우 귀찮은 일이다. 미리 일정을 스캔하고 효율적으로 잔머리를 쓰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집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은근 뿌듯해 하며 걸어갔다.  

'그런데 오늘 가야할 병원은 어디지?' 

스마트 폰을 꺼내 일정을 확인해 봤다. 

가야할 병원은 치과였다!

하하하하, 특별히 허술한 나의 p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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