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꽃이 대체 무엇이길래~
혼불을 읽으며 드는 단상
혼불 10권에서 퍼옴
금 간 담장의 실핏줄을 타고 복숭아꽃 짓이기게 에이는 진분홍이 스며들어, 담장도 꽃빛으로 무너지는가.
봉천에 붉은 해 저무는 봄날
복숭아꽃 핀다면 살구꽃도 피겠지.
... 살구꽃
어쩔끄나
내 너를 어쩔끄나
중략~~
그는 그의 가슴에 제 여린 꽃잎 온몸을 문질러 으깨지는 살구꽃 꽃부리를 훤한 대낮 백주에 다 들키고 있는 것만 같아서, 홀로 숨기듯 고개를 떨군 채 꽃비린내 묻어나는 길목에 서 있었다.
중략~~
북국의 봄에도 자운영은 피는가.
여름에는 봉숭아도 피지요.
조선서 온 사람들이 제일로 감개무량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꽃입니다. 어떤 사람은 꽃을 보고 울지요.
ㅡ혼불 10권에서 퍼옴ㅡ
한 사람이 꽃으로 기억되어 도망치고 잊으려 해도
우연히 만난 꽃빛에 무너져 내리기도 하고,
먼 곳으로 아무리 떠나도 봉숭아꽃을 만나면
나를 다시 고향집 앞마당에 서 있게 한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어떤 꽃으로 기억될까.
무용한 것, 없어도 그만인 저 것에 내 가슴의 눅눅한 습기가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