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자스타니 May 31. 2024

유기된 호접난 입양

주민센터 주차장에서 입양한 호접난

 사지 말고 버려진 유기견을 입양하자는 캠페인을 많이 듣게 된다.  비단 동물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한 해에 버려지는 난초가 수만 개라고 들었다. 대개는 개업식, 승진축하,  종교 기념식에 쓰이고 몇 달 천덕꾸러기 취급 당하다 죽으면 버려진다.

 난을 키우기 전에는 잘 몰랐는데  식집사가 되고 보니 그런 난초들이 자꾸 눈에 띈다.

3촉 중 가장 건강하게 회복된 것


동네 주민센터 주차장 앞을 지나는데 한여름 땡볕아래 타 죽어가는 호접난 화분을 발견했다. 저대로 두면 며칠 안에 죽을게 뻔해서 주민센터 안으로 들어가 물었다.

"밖에 버려진 난화분 주워가도 될까요? 잎이  반쯤 타서 하얗게 돼 가는데요~~"  그냥 가져오면 도둑질이 되니 꼭 주인에게 확인하고 가져와야 한다.

허락을 받고 나서 묵직한 난화분을 안고 땀을 뻘뻘 흘리며 1km 넘게  걸어왔다. 4촉의 호접난을 큰 화분에서 꺼내 기존 바크를 다 털어낸 후 썩고 마른 부분을 잘라내고 소독하여  각각 수태감싸 작은 화분에 나눠 심었다. 한 촉은 결국 못 살렸지만 나머지 세 촉은 건강하게 살아났다. 반쯤 잘린 잎들 사이로 꽃대를 올려 꽃을 피웠을 때는 너무 뿌듯했다.

  호접난이 건강해졌을 때 난초동호회카페에 사진을 올려 원하는 분께 그중 2촉을 무료 나눔 했다.

쓰레기장에서 입양한 호접난

아파트 쓰레기장에서도 버려진 난초를 주워 다. 처음 왔을 때는 깍지벌레와와 썩은 잎으로 볼품없었지만 소독하고 손질해서 나무에 붙여 부작을 만드니 예쁜 아이가 되었다.

정육점에서 입양한 풍난

몇 달 전 개업한 정육점에 고기를 사러 갔더니 숯덩이에 합식 된 채 바짝 말라있는 작은 풍난도 발견했다. 말을 꺼낼까 말까 몇 번 망설이다 여쭤봤더니 거기에 식물이 있는 줄도 모르고 계셨다. 허락을 받고 난초만 빼와서 키웠더니 새 뿌리를 내리고 다시 팽팽하게 잎이 펴졌다. 몇 년 후면 달콤한 향을 뿌려줄 것이다.


사람들이 퇴근한 뒤 건물내부 야간온도가 15도 이하로 떨어지 선물 받은 호접난은 냉해를 입는다. 또 반음지성이라  실외에서 강한 직사광선을 장시간 받는 것도 잎에  화상을 입는. 한낮 땡볕을 직접 받는 유리창 바로 앞자리에서도 잎이 하얗게 탄다. 특히 큰 화분에 같이 합식 된 관엽식물이 시든다고 그거에 맞춰 물을 계속 주면 호접난은 뿌리가 썩어버린다. 

개업선물로 난 화분을 받으면 꽃이 거의 질 때까지는 그냥 보시고 그 후엔 합식 된 호접난 하나하나를 작은 화분에 따로따로 분리해서 키우는 게 좋다.


그런 관리가 번거롭고 어려우면 , 부디 다 죽기 전에 , 꽃이  지기 시작할 때 <가져가세요>라고 종이에 적어 호접난을 버려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제비꽃을 키우다 폐쇄화를 알게 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