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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 May 31. 2024

파리의 우아함, 런던의 고상함

신사 숙녀 여러분, 사랑스러운날 입니다.

Ladies and gentlemen, Good morning. What a lovely day today!


  오전 10시, 우리는 버킹엄 궁전 앞에서 수백명의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근위병 교대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딸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보도블럭 위에 우연히 찾은 하얀 석회석 조각으로 그림을 그렸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 아래, 나는 아이들의 머리가 뜨겁지 않게 등으로 햇볕을 막아섰다. 한 시간은 그렇게 서 있었을까.


 반질거리는 흑갈색의 말을 탄 경관 하나가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캡모자, 튜브톱, 목늘어진 티셔츠까지, 각각의 개성을 자랑하는 다채로운 관광객들에게 말 위의 그는 격식을 갖춘 인사를 건넸다.


 불운하게도(그렇게 말했다.) 오늘은 교대식이 없다는 이야기, 이틀 후에 있을 예정이나 버킹엄 궁전의 스케줄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으니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하라는 말.


(우리처럼 일찍부터 출석해) 앞쪽에 선 관광객들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오자 뒤 쪽에 선 사람들이 못들었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어온다. 곧 흩어지는 사람들과 그들을 보고 당황하며 상황을 파악중인 수백명의 사람들.


 이상하게도 속상하거나 허탈하거나 억울하지 않았다. 궁전 양쪽 두개의 공원 중 가까운 공원의 놀이터를 검색하니 5분 거리, 아이들은 도르래에 달린 가죽 주머니로 모래를 퍼올려 머리위로 쏟아지게 하는 장치를 움직이며 몇 시간이고 놀았다.


 런던에서 두딸과 나는 숙녀였고, 오늘은 좋은 아침이며, 사랑스러운 하루를 보낼 결심을 맞잡은 손에 꼭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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