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아무 생각 없이 끊은 비행기 티켓
가족들은 말했다.
“네 나이가 올해 28이다,
지금 딱 좋은 나이인데 잘 하던 일 그만두고 뜬금없이 웬 해외를 간다는거니? 대학생이 어학연수 가는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심지어 나는 이스타 비자로 3개월만 머무를 수 있는 신분이었으나, 하와이가 좋으면 거기서 일을 찾든 뭘 해서라도 더 있다 오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였다.
학원 강의 중에 (하는일 중에 하나는 강사다) 새해의 시작은 하와이에 살기로 결심하게 됐고, 무작정 지금 나가야 한다는 내 안의 소리를 따라 끊은 진A601 비행기 티켓.
나는 40여일간 묵을 숙소만 정해놓고 컨셉도 없이 무엇을 얻고싶은지도 모르는 채로 무작정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와이! 생각만 하면 너무 설레서 어느날은 지하철에서 실실 웃으며 걷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잠 자다 깰 정도로 불안해하며. 그 날은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는 사랑하는 이와 새로운 시작을 함께하는 신혼여행으로, 또 어떤 이는 열심히 일 하던 중 보상이 될 휴식을 위해 가기도 하겠지만,
나는 사실 명분을 찾기 힘들어서 조금 불안했다.
새로운 인생의 한 점의 시작도,
고단한 인생의 한 점의 휴식도 아니었기때문에.
나는 프리랜서임에도 받을 수 있었던 소정의 퇴직금과 JCB카드,VISA카드 두장을 총알삼아 하와이에서 한 푼도 식비 외엔 쓰지 않을 생각으로 꽉꽉채운 큰 캐리어 두 대를 챙기게 되었다.
그래서 미련하게도 저녁비행기를 타기 전 엄마와 마트에서 김과 김치, 민박 사장님께 드릴 상주표 곶감까지 바리바리 챙겨서 나는 정말 하와이로 무작정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