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고장 나서 잠기지 않는 꿈을 자주 꾼 적이 있다. 잠기지 않는 현관문으로 불청객이 들이닥친다. 어떤 꿈에서는 강도로, 어떤 꿈에서는 낯선 존재로, 혹은 너무나 친숙한 누군가로 나타나 현관문을 열고 불쑥 들어온다. 그게 참 두려웠다. 그래서 현관문을 고치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절대 잠기지 않는다.
공황발작이 사라진 후 더 이상 꾸지 않았던 꿈을 어제 꿨다. 또다시 현관문 앞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현관 바깥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상황, 현관문 문고리에 열쇠를 꽂고 돌리는데 헛돌아가는 느낌이다.
아차! 또 현관문이 고장 났구나.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은 열려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문을 열었다. 이번엔 또 어떤 자들일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다! 마치 서프라이즈 파티라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처럼 나를 환대해 주는 사람들 속에서 잔뜩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나의 손님들에게 신나게 여행이야기를 했다. 그 손님들 중에는 아이유도 있었다. 나의 스타 아이유!
지금 모습 그대로의 아이유는 아니었다. 십 대 청소년 같은 아이유였다. 나에게 착 달라붙어 종알대는 아이 같은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우리는 함께 여행길에 나섰다. 공항에 들어서며 잠에서 깼다.
참 고마운 꿈!!
잠기지 않는 현관문은 저주가 아니라 선물이었다.
"네가 걱정하는 일이 일어난 줄 알았지? 네가 바라던 일이 일어나는 걸!"
꿈에서 자신이 사는 집은 자기 자신을 상징한다. 그리고 문은 아직 의식의 세계에 와본 적 없는 무의식의 어떤 부분이 의식의 세계로 들어오는 통로이다. 어떤 괴물이 현관문으로 들어올까 두려웠다. 무엇이든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건 나를 헤칠 것 같았다.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게 아이유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겁먹지 않았을 텐데. 현관문을 다시 잠가보겠다고 그렇게 애쓰지 않았을 텐데.
고장 난 현관문이 두려운 마음.
모르는 것,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아는 것, 짐작이 되어서 회피하고 싶은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안다고 생각해서 회피하고 싶었던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저 현관문으로 침입하는 건 분명 괴물일 거야!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아. 그냥 저 깊은 심연에 꽁꽁 숨어있어."
그런데 아니었다.
심연에서 올라와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 건 나의 별이었다.
꿈에서 본 아이유는 십 대 시절에서 성장을 멈춘 나의 내면아이일까, 십수 년 전 새로 태어난 나의 가능성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