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이른 아침, 세상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몽롱한 빛깔 속에 잠겨 있다.
커튼 밖의 풍경은 짙푸른 산등성이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골짜기마다 하얀 비단 같은
안개가 자욱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저 멀리 켜켜이 쌓인 능선들은 수묵화처럼 옅은
농담으로 번져 나가며 사라진다.
밤새도록 대지가 품고 있던 비밀스런 숨결인
안개는, 마치 태초의 고요를 재현하는 듯하다.
이 순간, 시간은 느리게 흐르거나 정지된 듯,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자연이 허락한
가장 순결하고, 가장 방해받지 않는 침묵의 시간.
들숨과 날숨마다 폐 깊숙한 곳까지 청량함이 채워지는 느낌.
우리는 여행길에서 종종 이런 '아침고요’ 속에 빠져든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장 낯설고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마주하는 이 깊은 정적 이야말로 우리에게
영혼을 재충전하게 하는 힘이 된다.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세상을 깨울지라도
새벽의 몽환적이고 순순한 정수만큼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