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에서의 둘째 날
지심도에서의 둘째 날이었다.
집을 떠나온 지 사흘째, 무리한 일정에 어깨를 짓누르는 고생짐.
전날 많이 피곤했음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잠이 들기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일출을 담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방구석 깊숙이 들어온 햇살이 뒤늦은 아침을 알렸다.
전날 오후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한 차례 비가 내리는 음습한
날씨여서 선명한 일출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섬의 날씨는 놀랍게도 파란 하늘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일단, 머리맡에 남겨 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전에 섬 반대편의 일광을 염두에 두고 섬의 속살을 하나하나
벗겨내 보려 마음을 먹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카메라 바디에 28mm 단렌즈를 물렸다.
이미 해는 수면 위로 올라와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서서히 릴리즈 셔터를 누르면서 프레임 안에 가둬 둔
지심도를 담아가고 있었다.
그 순간, 생각은 사라지고 섬에 혼자 남겨진 느낌이랄까...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섬과 소통하고 있는 듯,
섬의 소리를 듣고 반응을 하듯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공허한 가슴에 차곡차곡 쌓이는 지심도의 숨소리,
빨간 동백의 열정을 가득 담아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