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이 아이디어만 갖고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게 된 여자의 사업 일기
카페에 가면 오랜 시간 메뉴판과 눈싸움을 한다.
커피를 마실까, 차를 마실까-
따뜻한 음료를 마실까, 찬 음료를 마실까-
디저트를 함께 주문할까, 말까-
텐션 업이 필요한 날이면 세상 달달한 음료를, 릴렉스가 필요한 날이면 뜨끈한 차 종류를,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그러다 보면 디저트는 순위에서 밀려나기 때문에 주문내역에서 거의 걸러지는 편이다.
작정하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밀려드는 죄책감에 케이크는 도저히 주문할 수가 없다. 드라마 속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비련의 연인처럼 바라만 보다가 돌아서고 만다. 거기다 위장 트러블과 알레르기의 잦은 습격까지 더해져 나는 케이크에 더욱 다가가지 못하게 되었다.
매번 달달한 유혹을 뿌리쳐오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죄책감없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재료로 만든 저칼로리 케이크는 없을까?’
물론 비건 케이크, 저칼로리 케이크 등 찾아보면 시중에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케이크나 빵보다는 떡에 가까운 식감이거나 디저트라고 하기엔 단맛이 없어 ‘맛 자체’가 없다. 종류도 빵이나 쿠키류로 한정되어 있고, 케이크보다는 거의 브라우니 정도만 찾아볼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마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나와 같은 이유로 케이크에 대한 사랑을 접어오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를 주변에 하자 크게 3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1. 그런 케이크가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사겠다!
2. 살이나 건강 걱정할 거라면 애초에 케이크를 왜 사 먹는지 이해가 안 된다.
3. 무반응
어만 갖고 디저트 브랜드를 만들게 된 여자의 사
1번째, '그런 케이크가 있다면 내가 제일 먼저 사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만년 다이어터인 2~30대 여성이었다. 2번째, '살이나 건강 걱정할 거라면 애초에 케이크를 왜 사 먹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성이었다. 3번째는 무반응. 대체로 디저트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애초에 다이어트나 건강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몇몇 모임에서 각각 이야기해 본 결과, 나와 같은 생각, 즉 긍정적 반응을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에 반론을 펼치며 치열하게 설전을 벌였다.
여자의 마음을 몰라준다며, 다이어트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를 일이라고 현장의 여성들이 혀를 차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때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단합력을 보았다.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고, 아직 브랜드를 만들기도 전인데 순식간에 한 팀이 되어 싸울 수 있을 정도의 의기투합이라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많은 이들이 이렇게나 간절히 바라는 제품이었다니. 허풍을 조금 보태서 말해보자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말보다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는 디저트'라고 해도 대한민국의 과반수가 인정할 것만 같았다.
내 몸에 미안함 없이 먹을 수 있고,
만년 다이어터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어린아이들에게도 걱정 없이 먹일 수 있는 케이크.
세상에 없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Yulsight(율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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