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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25. 2021

점쟁이가 된 가이드

여행가이드, 가이드하는 가이드

점쟁이가 된 가이드 - 가이드의 고민


2019년 여름, 한창 영국여행으로 바쁠때였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열흘에 한번씩 오가면서 적으면 두 명, 많을 땐 서른명 가까이 되는 여행객을 인솔하여 영국과 아일랜드를 누볐다. 보통 5일에서 8일정도의 일정으로 진행하는 팀들이었다. 8일짜리 단체 일정은 런던에서 시작하여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그리고 아일랜드까지 사실상 역사적 입장이 매우 다른 다섯 나라를 여행하는 일정이다. 게다가 입장하거나 방문하는 곳이 거의 매일 두 세곳 이상씩 되고, 매번 식사하는 도시가 바뀌기 때문에 가이드는 한시도 쉴 새가 없다. 


호텔 조식부터 시작되는 일정은 여행자들의 안전에 관한 것을 체크하는 것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다양한 질문에 응답하는 것, 부탁사항을 들어주는 것 말고도 기본적으로 버스와 기사를 관리하는 일과 숙소 체크아웃, 다음 행선지 예약상황 재점검, 식사장소 재점검, 오늘 숙소 체크를 하루에도 최소한 예닐곱번 이상을 해야 한다. 그 뿐인가, 이동하는 사이에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전달을 스토리텔링으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여행자들의 상식과 인문학적 지식의 깊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니 지식가이드로 살아 남으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내고, 인터넷에 잘 나오지 않는 내용을 추가로 보유하는 것은 물론, 현지인들의 견해나 이곳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책이나 매체를 찾아 이야기 구성을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일들중에 가이드로서 가장 힘들고 고민이 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살아 있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이면서 논리적이어야 하니 말이다. 


2019년은 브렉시트 이슈로 영국에 온통 관심이 쏟아지고 있을 때였다. 2016년 데이빗 카메룬 총리의 입방정으로 시작된 EU탈퇴 전국민 투표가 예상을 뒤집고 탈퇴 가결이 되면서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은 온통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자다 말고 튀어 나온 것 같은 헤어스타일로 유명한 보리스 존슨 현 총리가 있었다. 2019년 그는 내가 점 친대로 총리가 되었다. 2016년 카메룬 총리가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고 물러섬에 따라 메이 트리샤 총리가 브렉시트를 이끌었지만 사실상 모든 협상에 실패하고, 2016년에 내가 예언(?) 한 대로 보리스 존슨이 자리를 이어 받게 된다. 


영국 여행을 마치고 아일랜드로 넘어 오면서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2시간 이상되고, 아일랜드와 영국과의 관계에 대해 역사적 사건과 지난 800여년 동안 있었던 일들에 관해 듣는것도 재미있지만, 사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면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마치 BBC뉴스나 SKY뉴스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일 것이다. 당시 영국 뉴스가 거의 매일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었으니 여행자들은 현장의 소리가 더욱 궁금했을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뉴스 매체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편향되는 것을 감안하면 좀더 중립적이고 현지인들의 분위기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스스로 해 볼 수 있을 만큼의 정보를 갖는 다면 얼마나 흥분되겠는가! 한국에 돌아가서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역사의 현장에 다녀 온 사람으로서 전해주는 특파원 역할을 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여, 나는 아침 일찍, 저녁 늦게 숙소에서 뉴스를 틀어 놓는다. 2016년부터는 워낙 이슈들이 매일 변해서 아예 호텔에서 뉴스를 틀어 놓은채 잠 드는 경우도 많았다. 미리 공부해 놓은 것이 완전히 뒤바뀌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뉴스는 이해하기 편하게 이야기로 구성해야하고, 나름대로 전망도 해야하는데 전망을 하려면 타당한 논리가 뒷바침 되어야 하니 간단치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살아 있는 사람들, 더구나 정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말도 바꾸고, 태도도 바꾸고, 거짓 액션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오늘의 사건만으로 미래를 전망하기가 여간 까다로운것이 아니다. 그래서 가이드는 때때로 점쟁이가 되어야 한다. 


메이 총리가 집권하고 있을 때, 나는 

보리스 존슨이 곧 총리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브렉시트가 가결되자 바로 그의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이중국적자였던 사람이 영국 단일 국적자가 되었다.  그가 런던시장을 하고 있을때도 꿈쩍 않고 쥐고 있던 여권이다. 그런데 그는 투표가 가결되자 이미 기울어진 시이소에 올라 앉았음을 알았던 것이다. 그는 과거 그가 학창시절 그랬던 것 처럼 대장이 안될 바에는 외톨이가 되기로 한 것 같았다. 그가 보여준 과거의 행적이 그러했다. 다시한번 대영제국을 꿈꾸는 사람. 유럽 연맹의 기둥같은 존재였던 영국이 지붕을 받치고 다른 작은 나라들이 함께 상생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저 다른편에 같이 기둥이 되어준 독일조차 동등한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못마땅한 듯 보였다. 그러느니 그냥 기둥이 아니라 따로 나가 홀로 집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었다. 


그런데 왠일인가? 내가 점쟁이가 되었다.

2020년까지의 그의 행보는 과연 그러하다. 

누가 나좀 말려야 할 것 같다. 

이러다 정말 돗자리 깔고 점쟁이가 될런지도 모르니. 


#가이드의조건 #여행가이드 #점쟁이 #영국여행 #보리스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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