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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Oct 09. 2021

돈으로 때울래, 몸으로 때울래?

돈으로 때울래, 몸으로 때울래? 


외국 생활은 매 순간 나에게  

돈으로 때울래, 몸으로 때울래? 

하고 물었다 

 
하수구가 막혀서 기술자를 부르니  

성탄휴가를 즐기느라 올 수 없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손을 걷어 부치고 수리를 시작했다.  

돈이 있어도 할 수 없이 몸으로 때워야 할 때가 많았다.  

 
우리 집 앞을 지나다 넘어진 아줌마가  

치료비와 휴가비까지 달라고 따져 왔을 때 

영어가 서툴러 묻지도 않고 돈을 쥐어 주었다.  

부당한 줄 알면서도 돈으로 덮을 때가 있었다.  


세상에 있는 문제들 중에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는게 제일 쉬운 거에요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문제도 나이를 먹어서  

갈수록 더 큰 댓가를 원할거에요 

 
나보다 스무 살 즘 많은 그녀의 조언은 과연 사실이었다. 

모든 경험은 나의 시간과 돈과 희생을 요구했다.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나는 순차적으로 카드를 내밀었다. 

 
첫 번째 카드는 시간이었다.  

이것은 몸으로 때울 수 있는 단순한 것들이었다. 

일 하는 시간을 벌고 소비하는 시간을 아끼려고  

새벽 두 시에 장을 보는 것, 

밤새워 한국 시간으로 일하고,  

아침이 되면 다시 유럽에 여행 온 것처럼  

이곳의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잠자는 시간을 줄이면 노동시간이 늘고  

그러면 돈이 쌓였다.  

 
두 번째 카드는 돈이다. 

시간을 들여 모은 돈은 때때로  

불행과 바꿀 수 있는 신비로는 것이었다. 

불평불만도, 서운함도 돈으로 바꿀 수 있었다.  

도둑을 맞았을 때도,  

돈을 잃은 것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잃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 금새 회복 되었다.  

사기를 당했을 때도, 한 바가지의 욕을 담아  

돈과 함께 버린 거라고 생각하며,  

불행을 돈에 쌈 싸 버렸다. 

 
세 번째 카드는 나의 희생이었다.  

일을 많이 하거나 신경 쓰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다. 

고된 노동이나, 밤샘이나, 분주하게 움직이는게 아니다. 

희생은 원하지 않는 마음을 쓰는 것,  

가슴이 아파서 며칠씩 앓아 눕는 것,  

돈으로도, 시간으로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다. 

그 희생은 일기장에 눈물로 기록된다.  

결코 지불하고 싶지 않은,  

가장 안주머니에 꽁꽁 넣어두는 것이다. 

 
그렇게 돈으로, 몸으로 때운 경험은 

나를 세상과 맞서게 했다  

부당한 일이 쳐들어오면 허리에 두 손 얹고  

당당히 따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현지인보다 영어를 못 하지만 학업에 뒤지지 않았고 

그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찾아내는  

지혜가 되었다. 

 
누구보다 낯선 도시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줄 아는 기술이 돼 주었고 

어디서라도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타인의 빗장을 풀고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센스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여유는 덤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엄마같은 외국인이 현지인에 맞서서 

그토록 용감하게 잘 따지고 결국 승리를 거두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고 

나는 전사가 되었다  


내 피부가 다른 것도,  

영어를 현지인만큼 못한다는 것도, 

나이가 어리거나 많은 것도,  

여자라는 것도, 엄마라는 것도,  

예쁘지 않다는 것도,  

경험 앞에서는 어떤것도 변명이 되지 않았다 

 
내 의지로 살아가는 삶에 주어지는 책임만큼이나  

자신감과 성취감이 동행한다  

누구에게나 숨겨진 보석이 있다 

그것을 찾거나 가둬 놓거나 

우리의 선택일 뿐,  

돈으로 때울래, 몸으로 때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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