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의 실패와 두려움의 꼬리표
누구에게나 실패는 찾아오고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대부분의 도전과 시작에 앞서 실패를 생각하는 자체가 이미 두려움이 되기도 합니다. 반대로 두려움은 실패를 가져오기도 하죠. 인간이기에 당연히 마주해야 할 것들인데, 도망가기에만 급급해서 더 소중한 것을 놓친 것은 아닐까요?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성공의 가도만 달리던 사람보다 진한 경험치와 더 잘하고 이겨낼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벌려놓은 사업이 잘 되지 않고, 자격증 시험에서 떨어지고, 사랑하던 이가 고백을 받아주지 않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결국 성공은 두려움을 경험하고 이겨낸 사람들에게 돌아가곤 합니다.
물론 각자의 성향과 여러 가지 요인들 때문에 사람마다 시기가 달라요. 세상에 많은 꽃들이 피는 시기가 다른 것처럼 말이죠.
남들은 좋은 추억을 가지고 우정을 쌓으며 대학 캠퍼스 생활을 그리는 학창 시절이었을지 모르지만 저의 학창 시절은 하루하루가 실패였어요. 중학교 입학식 날, 집 옥상에서 새로 산 교복을 입고 아빠가 들고 있는 카메라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어느 누구처럼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 있었죠.
힘이 강한 친구들이 힘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학교 내에 폭력이 가득했어요. 불과 초등학교 때보다 한살이 더 먹었는데 그곳은 다른 세상 같았죠. 이유 없이 그들의 감정과 기분 때문에 제 시간과 감정이 소비됐죠.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과 함께 학교를 옮기거나 중퇴까지도 생각했어요. 십 년이 한참 지난 지금은 잊을만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직도 그때가 문득문득 생각이 나요. 그럴 때마다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두근거립니다. 그것은 저만 알 수 있는 옅어지는 두려움일 거예요.
'내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한동안 계속 가지고 살았어요. 학교 주변 근처는 졸업 이후에도 한참을 가지 않았죠. 학창 시절을 실패했다는 꼬리표가 마치 누가 붙여 놓은 것처럼 따라다니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을 만나면 눈을 못 마주치고 괜히 주눅이 들었어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즐기자'는 제가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느낀 교훈이에요. 지방 4년제 대학을 수능 성적에 맞춰 들어갔고 한 학기 만에 자퇴했어요. 당장 꿈도 없었고 의욕도 없었거든요. 이겨낼 방법을 찾고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군대를 주변 친구들보다 빨리 갔어요.
전역하고 아빠의 권유로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죠. 월세 24만 원 고시원에 살면서도 매일 그때의 두려움을 가지고 살았어요. 방안에 있으면 그때의 생각이 떠오르고 무서워서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행정조교를 했어요.
분명한 것은 지독하고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어요. '혹시나 그 친구들을 어딘가에서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었죠. 혼자 이겨내야 할 문제였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낙오자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더 컸어요. 이후,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4년 만에 최연소 부점포장이 되었고 두 번째 직장에서는 4년 만에 사원에서 과장으로 진급을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에서 유학의 마지막에 있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실패였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지만 그것들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숨기면 숨길수록 마음 한 곳을 파내는 것처럼 더 힘들어져 갔지만 더 성실하게 그리고 더 열심히, 바쁘게 살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살면서 더 많은 실패와 두려움이 많더군요. 그때마다 이겨냈고 이겨내려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학창 시절의 두려움을 일찍 마주했던 경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 주제를 보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두려움을 극복했기 때문 아닐까요?
인생은 결국 끝없는 실패와 도전이더라고요. 실패의 두려움을 이겨낸 사람은 다음번 성공 후보자에 올라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시 실패를 경험해야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저는 어떤 실패와 두려움이 와도 주저하지 않고 도망가는 겁쟁이가 되지는 않을 거예요. 그때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그것들 때문에 순간의 소중함을 잃지 않으려면 더 그래야겠죠. 그때는 몰랐는데 그때도 제 인생은 꽃이었고 지금도 꽃이 피어있더라고요.
실패했다고 낙담하거나 우울해하지 말아요. 이제 당신 차례니까요.